[사설] 국민이 쌓은 전력기금이 태양광 업자와 한전공대의 ‘봉’ 됐다

조선일보 2023. 7. 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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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재원으로 쓰인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의 사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7626건, 8440억원의 위법·부당 집행 사례가 드러났다. 작년 9월 지자체 1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표본 조사에서 불법·부적정 사례가 2267건(2616억원) 드러났는데, 2차 확대 조사를 해보니 5359건(5824억원)이 추가로 확인됐다. 1·2차 조사에서 들여다본 사업비는 6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14%가 위법·부적정 사례로 확인됐으니, 문 정부 5년간 집행된 태양광·풍력 지원금 12조원에 이 비율을 적용하면 1조7000억원대의 불법·부실을 추정할 수 있다.

비리의 온상은 태양광·풍력 사업자들에 대한 금융 지원이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실행된 대출이 6607건, 1조1325억원이었는데 4416건, 6745억원이 부정 대출이었다. 정상 대출보다 비정상·불법 대출이 많았다는 얘기다. 사업비를 부풀리거나 하지도 않은 공사를 했다고 속여 대출금을 받아낸 경우, 대출이 실행된 이후에 세금 계산서를 취소하거나 금액을 줄여 재발행한 경우 등 사기 대출과 세금 탈루가 판을 쳤다. 포토샵 등으로 만든 가짜 세금 계산서를 제출해 대출받은 경우도 549건, 974억원에 달했다.

충남 태안 안면도 폐염전 부지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 단지. 부지 297만㎡에 국내 최대 발전 용량인 306㎿(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부당하게 용도 변경을 추진한 사실이 적발됐다. /태안=신현종 기자

민간 업자들만이 아니었다. 발전소 주변 지역의 개발이나 주민 복지를 위해 전력기금을 쓸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어느 마을 회장은 공동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으로 땅을 사서는 친척에게 매각했다. 어느 지자체는 쓰지 못하고 남은 전력기금을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 한 시청은 전력기금으로 관용차를 구입했다. 이렇게 엉뚱하게 쓰인 전력기금이 901억원에 달했다. 전력기금은 국민이 낸 전기 요금에서 3.7%를 떼어 적립해 온 기금이다. 착실하게 쌓여온 이 기금이 지난 5년간 눈먼 돈으로 전락했다. ‘문재인 공대’로 불리는 한전공대도 이 돈으로 운영되고 있다.

태양광·풍력은 육성해야 한다. 탄소 배출이 없고, 에너지 다변화에 도움이 된다. 수출 산업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문제는 지난 정부가 탈원전의 문제를 메운다고 체계적 전략도 없이 신재생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 없는 사업에도 돈벼락이 쏟아졌고, 보는 사람이 임자인 돈을 먹겠다고 너도나도 달려들었다. 이미 서울시 등 지자체 단위에서 운동권 출신의 태양광 업체들에 보조금을 몰아준 사실이 드러났고, 탈원전 주도 부서인 산업부 공무원들까지 태양광 돈벌이를 한 사실이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문 정부 시절 태양광 관련 정부 지원, 금융권 대출, 사모 펀드 등을 합치면 26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정과 부실은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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