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청년의 할머니 “폭동 멈춰달라” 스위스·벨기에 등 주변국서도 시위

조성호 기자 2023. 7. 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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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다소 소강 속 157명 또 체포
마크롱, 사태 원인 심층파악 지시
2일(현지 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폭력 시위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프랑스 청소년 나엘(17)이 경찰 총격에 숨진 후 프랑스 전역으로 번진 폭력 시위는 다소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과격한 폭력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3일(현지 시각) 프랑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밤사이 체포된 인원은 157명으로 하루 전(719명)보다 대폭 줄었다. 이번 폭력 시위로 이날까지 총 3354명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일 파리 남부 도시 라이레로즈에선 뱅상 장브룬 시장 집으로 시위대 차가 돌진해 불이 나면서 배우자와 아이가 다쳤고,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서는 보건소가 불에 타 파괴됐다.

폭력 시위가 프랑스계 주민이 많은 주변국으로 옮겨붙는 양상도 나타났다. 앞서 지난 1일 밤 스위스 로잔에서는 100여 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로잔은 인구의 80% 정도가 프랑스어를 쓰는 도시다. 지난달 29일에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폭력 시위가 다수 발생해 화재가 여러 건 발생하고 10여 명이 체포됐다.

프랑스의 폭력 시위가 인종차별의 피해자로 꼽혀온 도심 외곽 저소득층에 오히려 피해를 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랑스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인 동부 보르니의 공공도서관이 이번 폭동으로 파괴됐다”며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숙제를 하던 공간을 잃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가 낙후 지역을 위해 세운 공공시설이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되면서 도서관과 버스 정류장 등이 파괴됐다는 것이다.

피해자 유족 가운데서도 폭력 시위 자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숨진 나엘의 외할머니는 프랑스 BFM TV 전화 인터뷰에서 “폭력을 멈추고 폭동을 일으키지 말라”며 폭력 시위를 멈출 것을 호소했다. 그는 “창문을 부수거나 학교나 버스를 공격하지 말라”며 “버스를 타는 것도 엄마들이며, 밖을 걸어 다니는 것도 엄마들”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벌어진 직후 나엘의 어머니는 시위를 부추겼지만, 외할머니는 자제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AFP 통신은 마크롱이 2일 장관들에게 이번 사태를 초래한 원인을 심층적으로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은 3일 상·하원 의장과 만나고, 4일에는 전국 220개 도시 시장들과 대책을 논의한다. AFP는 “오는 9월 럭비 월드컵과 내년 여름 올림픽을 개최하는 프랑스에서 일어난 이번 시위는 불안과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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