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데서 짝짓는 러브버그, 북한산 정상 점령
해발 836m인 북한산 백운대(白雲臺) 정상에 최근 ‘러브버그’가 대거 출현해 산 정상을 까맣게 뒤덮었다. 섭씨 29~30도 고온 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러브버그가 짝짓기하러 산 정상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등산객들은 놀라 하산하기 바빴다. 작년 여름 북한산 일대에 처음 등장한 러브버그가 올해는 개체 수를 늘리며 도봉산·관악산과 경기 과천시 일대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러브버그 떼가 수도권 산과 주택가를 뒤덮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3일 환경부는 “최근 수도권 산 정상에서 발견되는 러브버그 떼 활동은 짝짓기”라며 “높고 탁 트인 공간에 많은 개체가 모일수록 짝짓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했다. 러브버그가 낳은 알은 2~3일 후 부화하며 애벌레는 낙엽이 많이 쌓인 곳에 숨어 이듬해 여름까지 1년을 버텨 성충이 된다. 현재 날아다니는 러브버그는 모두 작년 여름 태어난 개체다.
러브버그는 중국 남부와 대만, 일본 오키나와에서 1년에 두 번 크게 발생한다. 각각 5월과 9월로, 우리나라 7월 날씨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선 작년 여름 수도권 서북부 일대에서 처음으로 크게 발생했다. 수도권보다 날이 더 덥고 습한 남부 지방을 건너뛰고 바로 서울 일대에서 발견된 것이 특이한 점이다. 환경부는 러브버그가 선박으로 해외에서 유입된 후 트럭 등을 타고 서울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018년 인천항에서 러브버그가 목격됐다는 기록도 있다.
러브버그는 인체에 무해하고 진드기 같은 해충을 잡아먹어 ‘익충’으로 분류된다. 알에서 부화한 유충은 성충이 될 때까지 낙엽층 아래에서 산다. 높은 곳에서 짝짓기하고, 낙엽층을 좋아하는 특성 때문에 주로 산에 서식한다. 수도권에서는 러브버그가 살기 좋은 곳으로 북한산 일대가 꼽힌다. 환경부는 작년 서울 은평구 일대에서 러브버그가 대규모로 발견된 것도 북한산 인근이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산에서 성충이 된 러브버그가 불빛을 보고 도심과 주택가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출몰한 러브버그는 7월 전후 우리나라 날씨가 원래 서식지인 중국 남부 등과 비슷해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작년까진 주로 서울 은평·마포구와 경기 고양시에서 발견됐지만, 올해는 서울 관악구와 경기 과천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러브버그의 생존 기간은 수컷은 3~5일, 암컷은 7일 정도다. 최근 북한산·도봉산·관악산을 뒤덮은 러브버그는 앞으로 최대 2주 안에 사라질 전망이다. 화학적 방제는 하지 않는다. 해충이 아닌 데다 약물을 뿌려도 낙엽 아래 붙은 유충을 모두 잡아내기 어렵고, 다른 생물까지 영향을 주면 먹이사슬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에 들어온 러브버그는 물만 뿌려도 떨어뜨릴 수 있다.
러브버그는 날파리를 닮은 생김새에 1㎝ 안팎으로 몸집도 큰 편이라 혐오하는 사람이 많다. 정부가 도심에선 제한적으로 방제를 하고 있지만, 산란을 하는 산에는 하지 않아 러브버그 통제는 어려울 전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통상 특정 벌레가 대발생하고 1~2년 후 종적을 감추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러브버그 확산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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