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할 사람도 묻을 땅도 없다”...일본에 풍선 장례식까지 등장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3. 7. 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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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사망 급증하는 일본, 납골문화 급격히 퇴조… 풍선 장례식까지
성층권에서 터지는 대형 ‘유골 풍선’ - 일본의 한 장례식에서 풍선을 하늘로 올려 보내는 장면. 오른쪽 하단의 가장 큰 풍선에 화장한 고인의 유해가 담겨 있다. 초고령화로 주변인의 죽음이 일상화된 ‘다사(多死) 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기존의 관습을 벗어난 새로운 장례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벌룬 고보

일본의 ‘벌룬(balloon·풍선) 고보’는 화장한 유골을 풍선에 담아 높게 올려보내는 ‘풍선 장례식’을 제공하는 회사다. 특허받은 기술을 활용해, 헬륨 가스를 채운 풍선은 40~50㎞ 상공 성층권까지 올라가 터진다. 고인의 유골은 하늘에 흩어진다. 이 같은 ‘하늘장(葬)’ 비용은 24만엔(약 220만원)으로, 비용을 더 내면 아끼던 다른 사람 혹은 반려동물과의 ‘합장(合葬)’도 가능하다. 최근 이용자가 점점 늘고 있고 예약자만 100명이 넘는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일본의 풍선 장례식을 소개하면서 “초고령화 사회에 일찌감치 진입한 일본에서 최근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보다 창의적인 장례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고인을 추모할 사람도, 유골을 묻을 공간도 모두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평균 수명은 길고 출산율은 낮은 일본은 이미 2006년에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의학 발달 등으로 수명이 늘어나는 기간엔 사망자가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영원히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일본처럼 누적된 고령자들이 결국 세상을 뜨면 사망자 수 자체가 빠르게 불어나게 된다. 주변에서 죽음을 늘 접하게 된 지금의 상황을 일본은 ‘다사(多死) 사회’라 부른다.

지난해 일본의 사망자는 150만명을 넘어서며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가장 많았다. 1990년대 초 86만명 정도였던 연간 사망자 수는 2012년 126만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158만명까지 증가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40년쯤이면 사망자가 168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래픽=김하경

하루에 4300명이 세상을 뜨는 사회와 맞닥뜨린 일본은 장례 시설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도쿄도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화장장이 0.19개에 불과하다. 사망자가 늘면서 화장 전까지 시신을 안치할 곳도 마땅치 않아, 일본에선 ‘시신 호텔’ 같은 곳도 등장했다. 하루에 7500~1만엔씩 받고, 화장 때까지 머물도록 한 곳이다.

죽음과 장례를 대하는 바라보는 일본인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망자의 시신을 화장한 뒤, 납골함을 안치하고 묘비를 세운다. 불교식 장례식을 많이 치르는데 보통 장남이 사찰에 관리 비용을 낸다.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인 오봉 땐 무덤을 방문하면서 고인을 추도하곤 했다. 예전엔 화장한 유골을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행위조차도 법도에 어긋난다고 봤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출산율이 급감해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난 데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세상을 뜰 즈음엔 자녀도 ‘어르신’인 경우가 많아졌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투입되는 장례 절차를 다 챙기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후손이 관리에 손을 놓는 묘지가 늘면서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12만 개의 무덤이 폐쇄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간소하지만 예의는 차리는 장례’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묘비 대신에 묘목을 심어 유골을 매장하는 수목장도 늘고 있다. 통상 100만엔 정도 하는 값비싼 묘비 대신 나무를 심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작년에 묘지를 구입한 사람 중 절반 정도가 수목장을 택했다. 풍선 장례식과 같이 이전의 관습을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는 장례식’이 일본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묘지 공간이 부족해져 가격이 올라가는 가운데 장례식을 치르거나 무덤을 돌보며 애도할 친척은 적다 보니 일본의 죽음을 둘러싼 의례가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초고령화 탓에 등장한 다사 사회는 예의를 갖춰 사망자를 대해야 할 공적 영역엔 무거운 과제”라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생활보호 수급세대인 고령자의 장례다. 일본 생활보호 수급세대인 약 165만명 가운데 55%는 고령자다. 이들을 관리하고 도와야 할 지자체 산하의 복지사무소는 일손 부족인 상태다. 생활 지원과 취업 지원 등 ‘산 사람’의 지원 업무에 매몰되면서 정작 죽음엔 소홀해지는 게 현실이란 것이다. 일본 지자체의 70%가 적정 숫자의 생활보호 담당 공무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구청 직원이 도쿄 에도가와구에서 혼자 살던 65세 남성을 사망 후 두 달 반 동안 알면서 방치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지난 1월 간병 도우미가 구청에 신고했고 이후 의사가 방문해 사망을 확인까지 했다. 하지만 구청 복지사무소 담당 직원은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몸이 불편했던 남성에게 의료 도구를 빌려줬던 업체가 이를 회수하러 방문했다가 이 사실이 드러났다. 구청의 복지 담당 직원은 “다른 일이 너무 많아 사망자 처리가 뒤로 밀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구청은 ‘외부 발설 금지령’을 내렸지만 일본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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