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행복, 올여름은 ‘바비 핑크’로 물들거예요
“올여름은 당연히 핑크죠.” 큰 리본이 달린 핑크 모자에 반짝이는 핑크 스커트를 입은 마고 로비가 핑크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올랐다. 이달 중순 개봉 예정인 영화 ‘바비’의 주연 배우 마고 로비와 감독 그레타 거위그가 2~3일 한국을 찾았다. 미국에선 핑크빛 촬영장 사진이나 예고편이 공개될 때마다 분홍색 아이템 검색량이 늘 정도로 개봉 전부터 바비 열풍을 불러일으킨 기대작이다.
‘바비랜드’에서 완벽한 삶을 살던 바비에게 현실에서처럼 재수 없는 일들이 하나둘 벌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미국 완구 회사 ‘마텔’의 바비 인형을 실사화한 영화로 마고 로비가 주연과 제작을 맡았다. ‘전형적인 바비’ 역을 맡은 마고 로비는 “‘전형적(Stereotypical)’이란 의미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한계를 긋고 상자 안에 갇혀 있다는 뜻”이라면서 “여성들이 모든 기대를 완벽히 실현해내는 게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1959년 처음 출시된 바비 인형은 때로는 시대를 앞서갔고, 때로는 시대에 뒤처졌다. 한때 비현실적인 몸매로 여성의 몸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200여 종의 직업을 가진 바비 인형을 선보이며 돌파구를 찾았다. 영화에서도 대통령·CEO·과학자·우주인 등의 직업을 가진 수많은 바비를 만날 수 있다. 그레타 거위그 감독은 “저 역시 어렸을 때부터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면서 “현재의 바비는 굉장히 다양해졌고 모든 이의 정체성을 조금씩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전작 ‘작은 아씨들(2019)’로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거위그 감독은 작품마다 독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왔다. “지금의 제 인형은 마고 로비죠. ‘바비 인형’의 표준과도 같은 이 캐릭터가 고정관념을 넘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정작 마고 로비는 “어렸을 땐 바비 인형과 거리가 먼 여자아이였다. 진흙탕에서 뒹굴고, 주머니에는 도마뱀을 넣고 다녔다”며 웃었다. “하지만 모든 여자아이 집에는 바비 인형이 있었어요. 인형은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투영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영화 개봉에 앞서 미국에선 ‘바비’와 ‘코어(core·핵심)’의 합성어인 ‘바비코어’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1980~1990년대 복고 스타일의 부활과 맞물려 추억의 인형 바비를 닮은 핑크빛 패션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발렌티노는 지난해 가을 컬렉션에서 브랜드를 상징할 새로운 컬러로 강렬한 핫핑크색인 ‘핑크PP’를 내세웠고, 샤넬 역시 지난 5월 크루즈쇼에서 바비 인형이 착용할 법한 핑크 아이템들을 선보였다. 앤 해서웨이, 플로렌스 퓨, 젠데이아 등 유명 연예인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홍색으로 도배한 패션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최근 ‘바비코어’ 트렌드를 분석하며 “코로나 유행으로 우울했던 시기를 지나면서 밝고 화려한 핑크 색상과 장난기 넘치는 아이템으로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에서 분홍색 페인트가 동이 났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페인트를 쏟아부은 ‘바비’의 화려한 세트장에서도 밝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마고 로비는 “큰 장비를 다루는 스태프 중엔 남자가 많았는데, 장비가 실린 트럭 안을 분홍색으로 도배해버리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면서 “남성 관객들은 ‘바비’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한번 핑크에 빠져보시면 잊지 못할 멋진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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