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5개월 절치부심… 돌아온 ‘오렌지 보이’
연장서 모리카와·해드윈 꺾어
한때 세계 4위서 185위까지 추락
4년 5개월 만의 우승은 쉽지 않았다. 3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골프클럽(파72·7370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총상금 880만달러). 4라운드를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리키 파울러(35·미국)는 7번홀까지 버디만 3개 잡아냈다. 그러나 이후 17번홀까지 10홀 연속 파 행진을 이어가 선두에서 밀려났다. 18번홀(파4·474야드) 버디를 잡아야 연장전에 합류할 수 있는 상황. 2주 전 최종 라운드 선두로 출발했다가 75타를 치고 5위에 머문 US오픈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결정적인 어프로치샷이 이때 나왔다. 18번홀에 들어선 파울러는 홀까지 145야드 남겨두고 친 세컨드샷을 홀 1m에 바짝 붙였다. 버디를 잡아내면서 최종 합계 24언더파 264타로 콜린 모리카와(26·미국), 애덤 해드윈(36·캐나다)과 동타를 이뤘다. 연장전(18번홀)에선 파울러의 티샷 만 오른쪽으로 벗어나 페어웨이를 놓쳤다. 그러나 홀까지 184야드 거리에서 세컨드샷을 홀 3.6m 지점으로 보냈다. 모리카와 세컨드샷은 그린을 넘어갔고, 해드윈은 6.6m 버디 퍼트를 놓쳤다.
우승을 확정하는 버디 퍼트가 들어가는 순간, 파울러는 퍼터 끝에 양손을 올려놓고 하늘을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모두가 열광하는데 그저 고요하고 조용했다. 어깨 위 무게가 마침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1610일 만에 투어 통산 6번째 우승을 달성한 그는 상금 158만4000달러(약 20억7000만원)를 받았다.
파울러는 2010년 PGA 투어에 데뷔하면서 인기를 몰고 다녔다. 챙 넓은 모자와 선명한 오렌지색 의상, 어깨까지 닿는 삐쭉삐쭉한 머리카락, 파워 넘치는 스윙과 대담한 플레이. 그는 ‘뉴 키드’로 불렸고 경기 때마다 차림을 따라한 청소년 팬들이 몰렸다. “영화 배우 조니 뎁 같은 패셔니스타”란 찬사도 받았다.
2014년 그는 4개 메이저 대회 모두 5위 안에 들었다. 인기에 실력까지. 그러나 2015년 PGA 투어 동료들은 그를 ‘과대평가된 선수’ 1위로 뽑았다. 파울러는 보란듯이 그 설문 조사 결과가 나온 지 며칠 뒤 ‘제5의 메이저’로 통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소감은 “이번 우승은 꽤 큰 거라 말해주고 싶다”였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일까. 파울러는 2019년 2월 이후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우승은커녕 2016년 4위까지 올랐던 세계 랭킹이 급락했다. 작년 9월 185위까지 떨어지자 그는 오랜 캐디와 결별했다. 3년간 함께 훈련해온 스윙 코치 대신 전성기 시절 코치 부치 하먼(80·미국)을 다시 찾았다. 그와 스윙을 교정하면서 스윙과 통계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감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올 시즌 기량을 회복하면서 우승 기회도 자주 찾아왔으나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실패가 겁나지 않는다. 많은 실패를 해봤다”고 했다.
파울러는 여전히 화제를 몰고 다닌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200만명. 몸에 새긴 문신, 들고 나온 물통 하나하나가 관심 대상이다. 이날도 특유의 오렌지색 옷을 입고 경기했다. 오렌지 모자를 쓴 남녀노소 팬들 응원도 열렬했다. 2019년 결혼한 뒤 얻은 생후 19개월 딸 마야를 안은 채 우승 인터뷰를 했다. “우승은 정말 좋지만, 삶에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임성재(25)는 공동 24위(14언더파)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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