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선악의 정치의 경제적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다. 가치로서도 체제로서도 그렇다. 취임 연설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 사용했고, 미 의회 연설에서는 46번 사용했다. 국가기념일인 4·19의거 기념식과 5·18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강조했다. 정부의 자유민주주주의는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체제를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에게 이에 반하는 입장은 적이거나 악이다.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한다면 아마 한일외교 정상화와 ‘한미핵협의그룹’일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미일 동맹에 집중하자 중국은 이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으로 인해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명한 상태다. 핵무장, 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자 정부는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을 봉쇄함으로써 도발을 억제하고자 한다. 그 결과 남북 관계에서는 군사적 비상연락망조차 작동하지 않는 상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외교의 결과다. 그 중간은 없다.
국내로 시야를 돌려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제1 야당 대표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여러 언론에서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준범죄자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 대표와 만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 만은 않았다. 자유총연맹 설립 기념행사에서 밝혀졌듯이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부와 제1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북한과의 정전협정 추구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 전 정부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유사한 태도를 취한다. 현 정부는 노동조합을 기득권·부패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건설노조에 대해서는 ‘건폭’으로 단정하는 표현이 등장한다. 노동조합의 회계장부 제출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한다. 윤석열 정부가 전임 보수정권과 다른 점은 민주노총만이 아니라 한국노총에 대해서도 적대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자신들이 ‘선’으로 규정한 자들과만 대화하고 협력한다. 이는 외교에서도, 국내 정치에서도 적용된다. 이제 선악의 정치경제학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을 국빈 방문을 했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반도체법 등으로 인한 무역규제와 관련하여 어떤 긍정적인 성과도 동맹으로부터 약속받지 못했다. 그 결과 2022년 한국 제조업 기업들은 미국으로 투자를 대폭 증가시켰다. 국내 설비 투자는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강제징용 관련 쟁점에서 일본으로부터 어떤 양보도 얻지 못했고,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는 검증단을 보내 안전을 확인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동맹에 대한 통 큰 양보, 퍼주기 외교다.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은 점점 험악해져 가고, 북한과는 무기 경쟁 외에는 없다. 대립 국면에서 미국, 유럽은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외교를 통해 자국 이익을 추구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런 노력이 없다. ‘악’과 무슨 대화를 한단 말인가!
국내 경제정책에서도 이룬 게 없다. 전국에 15개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발표했지만 수도권 300조 투자에서도 보듯이 ICT, 바이오 등 성장동력이 될 핵심 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될 것이다.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를 더 크게 만들 것이고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더 집중할 것이다. 수도권 인구과밀, 생계비 상승, 경쟁압력의 심화가 출산율 하락의 핵심 원인임을 감안할 때 미래성장 산업의 수도권 집중은 향후 인구 위기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2023년 경제성장률은 외부 충격이 없는 국면에서도 1점대 중반으로 하락이 예상된다. 눈에 띄는 경기부양 정책도 없다. 이는 일자리 부족 등 경기침체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서민의 몫이라는 의미다. 종부세 완화, 법인세 인하 등 부자 감세를 통해 계층 간 소득·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고 정부의 재분배 기능은 줄어들 것이다. 노동 개혁을 통해 ‘공정’한 질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노정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 이렇듯 선악의 정치경제학은 경제 사회적으로 성과 부재와 갈등 심화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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