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또 다시 태풍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장마가 시작됐다.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도 걱정이지만 해마다 7~9월에 발생하는 태풍이 올해엔 더욱 강해질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신경이 쓰인다. 언제부터인지 태풍이 올 때마다 언론에서 꼭 거론되는 곳이 있다. ‘조망권 고집하더니 태풍만 오면 침수, 부산 마린시티’, ‘태풍보다 조망권? 부산 마린시티 침수 피해 알면서도’, ‘마린시티 강타한 힌남노 해세권 아파트, 안전문제 도마’, ‘최악은 피했지만 알고도 또 당한 해운대 마린시티’ 등 매년 등장하는 기사의 제목이다.
2003년 매미, 2011년 8월 무이파, 2012년 8월 볼라벤, 2016년 차바, 2022 힌남노 등 태풍이 올 때마다 마린시티는 불안했다. 물론 피해를 방치한 것은 아니다. 바다 쪽 수심 기준으로 3.4m를 높여 총 8.5m의 방지 시설을 계획했으나 일부 주민의 반대에 결국 높이지 못했다. 2016년도 태풍 차바로 인해 마린시티 일대 상가와 건물 지하에 예기치 못한 대형 참사가 발생해 외곽에 테트라포드를 추가 보강하는 공사를 해놓은 상태다. 그런데 웃지 못할 일은 인도 쪽에서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현재의 방파제보다 더 높게 테트라포드를 쌓아 울퉁불퉁한 방파제 형상이 다소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안전보다 몇몇 상가의 반대에 부딪혀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부산시는 2016년 육지로부터 100m 이상 떨어진 해상에 760m의 방파제를 조성해 태풍을 막고 방파제 안쪽을 시민을 위한 친수와 해양레저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비를 지원받기 위해 마린시티를 재해위험지구로까지 고시해 놓고도 부산시장이 바뀌고 나니 결국 본사업은 무산됐다. 2012년에는 차수벽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었다. 결국 매년 되풀이되는 태풍 피해에도 대책이 이루어진 것이 하나도 없이 또다시 태풍의 계절을 맞게 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태풍 진로의 다양화로 운촌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란 것이 이미 지난해 힌남노 태풍에서 입증이 됐다. 마린시티와 마찬가지로 운촌항의 요트 계류장 역시 매번 태풍으로 쓸려가고 다시 설치하면 또 쓸려가는 악순환을 몇 차례 겪었다. 2014년엔 더베이101 앞 운촌항 해상에 50여 척의 요트 계류시설을 설치해서 많은 요트가 있었으나 태풍에 의해 모두 파손됐고 운촌항 바다에는 덩그러니 강관 파일만 남았다. 해운대구청이 2021년 설치한 운촌항 산책 덱 역시 2022년 힌남노 태풍에 완전히 파괴돼 다시 예산을 들여 복구하는 수난을 겪었다. 게다가 1905년 군수물자 하역을 위해 축조됐다는 동백섬 앞 군 수영부두는 안전 등급 D등급으로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상태로 부식되고 갈라진 콘크리트 바닥이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그런데도 무조건 운촌항 정비나 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명실상부한 해양수도 부산을 대표하는 해양 스포츠의 하나로 요트 계류장의 확충은 절실하다. 인접한 수영만 요트경기장 계류시설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계류장을 이용하려는 요트는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최근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마린시티에서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운촌항 개발사업과 관련해 재해 위험, 특혜 동백섬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파도를 막기 위한 방파제 설치와 운촌항 수질과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는 등 찬반 여론이 맞서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를 수수방관하며 사전 설명회조차 열지 않고 있는 해양수산부의 자세는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일방적인 반대를 내세우는 해운대구의회와 이를 이용하는 일부 정치인 모습은 실망스러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지역주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 안타깝다.
동백섬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운촌항 개발사업을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다가올 태풍에 대비해 지역주민의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하고, 보기 흉한 운촌항 시설물과 악취에 관한 환경 개선을 해야 한다. 동백섬과 운촌항은 해운대를 찾는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에게도 쾌적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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