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좀 보내주세요” “안돼!”
셀틱 영입 대상 강원FC 양현준
구단 “하위권 탈출 우선” 반대
“연봉을 깎고서라도 셀틱으로 가고 싶은데…. 착잡하죠.”
프로축구 양현준(21·강원)은 지난 2일 경기가 끝난 후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에서 어두운 표정과 함께 “(김병지) 대표이사님과 면담을 하려 해도 만나 주질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현준은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지난달 말 영입 제안을 받았다. 지난 시즌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받는 등 전도유망한 양현준에게 일찌감치 축구 본고장인 유럽에서 뛸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셀틱이 제안한 이적료는 약 250만 유로(약 35억원). K리그 유망주치고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소속팀 강원FC도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양현준을 ‘쿨’하게 보내주고 싶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3일 기준 강원은 강등권인 11위(승점 13)에 머물러 있다. 최하위 수원 삼성(승점 10)과 승점 3 차이다. 여기에 선봉장을 맡고 있는 앙현준을 보낸다면 언제 맨 아래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실제로 수원 삼성은 지난해 초 정상빈(21·미네소타), 올해 초 오현규(22·셀틱) 등 골잡이들을 연달아 유럽으로 떠나보내며 최하위에서 허덕이고 있다. 강원 관계자는 “우리도 양현준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걸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대체자를 물색한 뒤인 겨울에 떠나는 방법도 생각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마냥 붙잡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조규성(25·전북)은 지난해 12월 카타르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멀티골을 넣으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그리고 독일 마인츠 등 유럽에서 러브콜을 받았으나, 소속팀 전북 현대의 만류로 잔류했다. 실망이 너무 큰 탓이었을까. 시즌 초 극도의 부진을 겪었고 중반을 맞아서야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도 “여전히 유럽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말한 조규성은 빠르면 올여름 팀을 떠날 수도 있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대승적 차원에서는 한 명이라도 유럽에 더 많이 보내는 게 좋다. 하지만 성적이 곤두박질칠 게 뻔한 소속 구단 입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어려운 문제”라며 “확실한 건 구단과 선수가 계속 소통해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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