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우량아 표창장… 부상으로 분유와 아기 옷 받아
“부산시 우량유아심사회에서 심사한 결과 그 발육이 특히 우량함으로 이에 표창함.”
경기 수원시 독자 서민정(46)씨가 보내온 어머니의 우량아 선발대회 상장 내용이다. 상장에 적힌 어머니의 출생 시기는 단기 4282년(1949년) 12월. 표창 날짜는 4283년(1950년) 5월이니 어머니는 생후 5개월에 우량아로 선발됐다. 심사에 참여한 부산시 우량유아심사회장과 부산시립병원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산모도 아기도 풍족하게 먹지 못했던 시절 포동포동한 아기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제5회라고 명시한 것을 볼 때 이 대회는 어머니의 고향인 부산에서 1946년부터 열린 것으로 보인다. 대회는 부산시립병원(현 부산대병원)에서 몇 차례 예선을 거쳐 진행됐다. 서민정씨는 “어머니가 당당히 1등을 한 상장이라며 액자에 넣어 보관해오셨다”고 했다. 상품은 분유와 아기 옷이었다. 표창장과 함께 보관된 사진에서 바구니에 앉은 아기(서씨 어머니)가 입고 있는 옷이 이때 상품으로 받은 것이다.
당시엔 우량아의 어머니도 ‘잘 키운’ 공을 인정받았다. 갓난아이를 업고 시립병원을 오가며 대회에 참가했던 서씨의 외할머니도 칭찬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외할아버지는 주변에 소주로 한턱을 냈다. 서민정씨는 “상장을 통해 엄마, 아빠 세대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새로운 나라를 꾸려나가야 했던 당시 사회 분위기상 어린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일은 국가적 과제였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기록원의 ‘기록으로 만나는 대한민국’에도 비슷한 설명이 나온다.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가 인기가 많았던 것은 정부의 당시 분위기도 한몫했는데, 튼튼한 아이는 부모의 기쁨인 동시에 미래의 국가 자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량아 선발대회의 ‘전성기’는 1960~1970년대였다. 남양유업 후원으로 1971~1983년 열린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가 특히 유명했다. 이 대회는 어린이날을 앞둔 4월부터 시도별 예선을 거쳐 서울에서 본선을 열었다. 대회 장면이 TV로 중계되고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가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유아들의 영양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아이들을 상업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우량아 대회는 점차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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