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몸을 느끼자!
패션 잡지에 나오는 멋진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수백 번 수십 번의 촬영을 한다. 가장 아름다운 한 컷을 뽑기 위해서다. 지난주에 댄스 크리에이터와 잡지 촬영을 했다. 춤을 추는 사람이라서일까? 그는 사진작가가 제안하는 자세를 자유자재로 표현했다. 몸을 이리저리 구부렸다 폈다 팔을 당겼다 펼쳤다 하면서 몸으로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신기했다. 분명 나와 같은 팔다리를 가진 몸인데 그는 자신의 몸을 근육 한 가닥 한 가닥까지 모두 알고 있으며 어떻게 사용할지 아는 사람이었다. 멋진 춤을 추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도 예술이지만,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그때 맞추어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는 줄 아는 사람. 진정한 크리에이터구나 싶었다.
대학교 때 일주일에 한 번 채플 예배 시간이 있었다. 필수과목이었다. 어떤 때는 졸리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했지만 가끔은 아름다운 연주나 뮤지컬을 들을 때도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무용극이었다. 마리아를 맡은 무용수는 강렬한 음악에 맞추어서 대사가 없는데도 몸짓으로만 모든 것을 표현했다. 몸짓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무언의 언어였다. 그때 처음 몸을 움직인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알았다.
춤을 춘다는 것은 진정한 나를 몸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다. 그런 욕구는 누구나 있다. 그런 욕구를 받아주고 판을 깔아주는 것이 소셜미디어다. 말과 글로, 그림과 음악으로, 노래와 춤으로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표현하는 나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는 집에서 시도 때도 없이 춤을 춘다. 아침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웨이브를 하고, 숙제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지우개를 주우면서 한 번 더 허리를 꺾고 올라온다. 춤을 혼자 추는 것은 괜찮은데 자꾸 나보고 따라 하라고 한다. 귀찮고 싫지만, 자꾸 가르쳐 준다는데 어쩔 수 없다. 나도 왼손을 오른쪽으로 펼쳐보고 고개를 돌리며 열심히 따라 한다. 아이는 엄마가 너무 성의없이 한다고 불평이 대단하다. 하지만 굳은 허리와 어깨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 아이의 어설픈 춤사위 역시 자신을 드러내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욕구겠지? 기분이 좋아지고, 즐겁고, 신이 나서일까? 다음엔 따라 하면서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물어봐야지. 느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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