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때마다 빈 악보 보면 괴로웠다”… 천국의 선율 그려낸 영화음악 거장
최지선 기자 2023. 7.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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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안에서 백발의 노인이 텅 빈 악보 앞에 앉아 있다.
영화 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가 5일 개봉한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년) '미션'(1986년) '시네마 천국'(1988년) 등 귀를 사로잡는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에는 늘 모리코네가 있었다.
편곡으로 일을 시작해 영화음악으로 넘어간 그는 오랫동안 정통 클래식 음악 작곡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저평가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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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코네 다큐 내일 개봉
‘시네마천국’ 등 마에스트로 삶 다뤄
‘시네마천국’ 등 마에스트로 삶 다뤄
어두운 방 안에서 백발의 노인이 텅 빈 악보 앞에 앉아 있다. 이마를 짚은 노인은 손에 쥔 연필로 신중하게 음표를 그려 나간다. 피아노도 기타도 없다. 책상에 앉아 오로지 머릿속에 흐르는 멜로디만을 종이에 옮긴다. 음표를 노려봤다가 돌연 허공에 지휘를 하고, 바닥에 드러누워 운동을 하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은 노인에 대해 “음악 말고는 안중에도 없는, 늘 다른 세상에 가 있는 기이한 천재였다”고 평가한다.
영화 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가 5일 개봉한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년) ‘미션’(1986년) ‘시네마 천국’(1988년) 등 귀를 사로잡는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에는 늘 모리코네가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67)이 메가폰을 잡았다. 두 사람은 ‘시네마 천국’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후 평생 동료이자 친구로 지냈다.
영화는 모리코네의 육성으로 그의 어린 시절부터 영광의 순간까지 긴 여정을 돌아본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그는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트럼펫을 잡았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 트럼펫을 연주하는 건 굴욕적인 일이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넘치는 재능이 그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가 주었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스승 고프레도 페트라시(1904∼2003)를 만나 작곡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
하지만 취직이 녹록지 않았다.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그는 음반사에 취직해 대중음악 편곡을 시작한다. 1961년 루치아노 살체 감독(1922∼1989)의 ‘파시스트’로 처음 영화음악을 시작한 뒤 ‘황야의 무법자’(1964년)로 이름을 알렸다. 휘파람 소리를 절묘하게 사용한 테마곡이 당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편곡으로 일을 시작해 영화음악으로 넘어간 그는 오랫동안 정통 클래식 음악 작곡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저평가받기도 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5번이나 음악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 실패했다. 결국 2016년 88세의 나이로 6번의 도전 끝에 트로피를 거머쥔 그는 시상대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가 “곡을 참 쉽게 썼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막바지에 거장은 먼 곳을 응시하며 말한다. “작곡을 시작할 때면 빈 악보 앞에서 늘 괴로웠다. 무엇을 찾아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영화 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가 5일 개봉한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년) ‘미션’(1986년) ‘시네마 천국’(1988년) 등 귀를 사로잡는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에는 늘 모리코네가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67)이 메가폰을 잡았다. 두 사람은 ‘시네마 천국’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후 평생 동료이자 친구로 지냈다.
영화는 모리코네의 육성으로 그의 어린 시절부터 영광의 순간까지 긴 여정을 돌아본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그는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트럼펫을 잡았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 트럼펫을 연주하는 건 굴욕적인 일이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넘치는 재능이 그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가 주었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스승 고프레도 페트라시(1904∼2003)를 만나 작곡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
하지만 취직이 녹록지 않았다.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그는 음반사에 취직해 대중음악 편곡을 시작한다. 1961년 루치아노 살체 감독(1922∼1989)의 ‘파시스트’로 처음 영화음악을 시작한 뒤 ‘황야의 무법자’(1964년)로 이름을 알렸다. 휘파람 소리를 절묘하게 사용한 테마곡이 당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편곡으로 일을 시작해 영화음악으로 넘어간 그는 오랫동안 정통 클래식 음악 작곡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저평가받기도 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5번이나 음악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 실패했다. 결국 2016년 88세의 나이로 6번의 도전 끝에 트로피를 거머쥔 그는 시상대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가 “곡을 참 쉽게 썼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막바지에 거장은 먼 곳을 응시하며 말한다. “작곡을 시작할 때면 빈 악보 앞에서 늘 괴로웠다. 무엇을 찾아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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