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배짱 싸움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7. 4.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4강전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김정현 八단 / 黑 리웨이칭 九단

<제10보>(121~130)=김정현의 트레이드마크는 투지다. 우회하는 법 없이 직선적 전투로 이어지는 진행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 말은 그의 약점이 유연함 부족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는 자신의 장점을 이번 대회서 최대한 발휘, 24강전에 이뤄진 한·중전 다섯 판 중 한국 기사로는 유일하게 값진 승리를 따냈다. 바둑 승부는 절반이 수읽기, 나머지 절반은 배짱 싸움이다.

121부터 126까지 쌍방 기호지세(騎虎之勢). 서로 맞끊어 유혈(流血)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싸움꾼’ 김정현의 입맛에 꼭 맞는 흐름이다. 이 전투 과정에서 핵심 포인트는 127의 이음이었다. 백에게 이 자리를 허용해 빵따냄을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참고도의 대안과 비교해 보자.

흑 1로 먼저 차단하고 2를 허용한다. 그러면 14(▲의 곳 이음)까지 외길. 뒤이어 15와 16으로 일단락이다. 엄청난 대마를 주고받는 대형 바꿔치기인데, 이 경우 형세는 팽팽하다. 리웨이칭이 이 수순을 피한 것은 기세 싸움에서 눌렸기 때문. 그리고 백 130까지 진행된 다음 순간 그의 뱃심 부족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문제수가 반상에 놓였다. 어디였을까.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