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마다하고 콩쿠르 도전한 ‘日 공대생 피아니스트’
일본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27)는 2021년 쇼팽 콩쿠르에서 결선 직전의 본선 3차 무대까지 진출했다. 정작 화제를 모은 건 범상치 않은 그의 이력이었다. 음악 전공생이 아니라 도쿄대 학부·대학원에서 정보 기술(IT)을 전공한 ‘공대생’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24일 내한 공연을 앞둔 그는 최근 영상 인터뷰에서 “쇼팽 콩쿠르는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이고 나 역시 쇼팽을 무척 사랑하지만, 실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참가하게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며 웃었다.
그는 피아노 강사인 어머니 덕분에 세 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중고교 시절에는 학교 록 밴드에서 드럼도 쳤다. 하지만 그는 “어릴 적부터 음악만큼 수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공대에 진학했다”고 했다. ‘피아노 치는 공대생’으로 남을 뻔했던 그가 음악과의 끈을 이어가게 된 계기는 유튜브였다. 중학생 때부터 ‘카틴(cateen)’이라는 별명으로 틈틈이 유튜브에 연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어릴 적부터 고양이(cat)를 좋아해서 착안한 이름”이라고 했다. 처음엔 오른손으로 16개의 버튼을 눌러서 소리를 내는 비디오 게임 같은 간단한 영상 위주였지만, 점차 고난도 피아노 연주 영상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구독자 124만명의 인기 채널이다.
그가 미니 장난감 피아노로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을 연주한 영상 조회수는 1000만회를 상회한다. ‘반짝반짝 작은 별’을 가장 쉬운 단계부터 고난도까지 7단계로 나눠서 연주한 영상도 940만회에 이른다. 처음엔 동요 같지만 3단계에서 재즈로 바뀌고 6단계에는 모차르트와 쇼팽의 곡을 동시에 연주하는 방식이다. 그는 “자유롭게 즉흥 연주를 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언제나 나만의 변주곡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대학 시절에도 피아노 레슨은 꾸준히 받았다. 그는 “음대 밖에서 음악을 배우려면 상당한 의지와 행동력이 필요했지만, 다행히 공대 시절에도 자동 편곡이나 채보(採譜) 같은 인공 지능 연구에 관심을 쏟았기 때문에 음악과 전공이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취미와 본업이 바뀌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8년. 당시 전(全)일본 피아노 지도자 협회(PTNA) 주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듬해 프랑스 리옹 콩쿠르에서도 3위에 입상했다. 그는 “대회 입상을 계기로 크고 작은 연주 기회들이 생겼고, 점차 음악과 보내는 시간도 늘었다”고 했다. 2019년에는 쇼팽과 리스트의 곡을 연주한 데뷔 음반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2020년 대학원을 마친 뒤에도 일본 IT 기업에 입사할 예정이었지만, 그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대신에 쇼팽 콩쿠르에 참가했다. 그는 “무작정 훗날로 미루기보다는 기회가 있을 때 도전해야 후회도 남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쇼팽 콩쿠르 당시 그는 비전공생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세계적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음반도 발표했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일본 영화음악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그의 음악적 모델이다. 실제로 클래식과 재즈, 팝 음악을 아우르고 작곡·편곡·연주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적지 않다. 스미노는 “아쉽게도 직접 만나 뵐 기회는 없었지만,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영화음악을 작곡하고 팝 밴드를 결성해서 활동하는 등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스미노는 오는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내한 무대에서도 바흐의 곡들과 자작곡을 함께 연주한다. 지난해 첫 내한 공연 때도 3차례 연주 모두 매진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그는 “한국 팬들의 젊고 열정적인 모습이 언제나 인상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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