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독무대 예약 서비스, 카카오·금융앱도 도전장
카카오는 최근 자사 지도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맵에 ‘예약하기’ 탭을 만들어 최상단에 배치하고 호텔 숙박, 전시회 티켓 등 예약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간 네이버가 장악했던 예약 시장에 카카오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예약하기 버튼을 누르면 예약이 가능한 주변 호텔, 전시회 등의 리스트가 뜨고 호텔의 경우 방 타입과 일정을 선택하면 1분도 안 돼 바로 결제까지 가능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맵을 통해 검색부터 예약 및 결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하반기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를 추가하고 다른 업종으로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약 시장을 잡기 위한 플랫폼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효율적 시간 배분을 중시하는 MZ 세대 특성과 맞물려 예약 문화가 국내에서도 정착되면서 이를 활용한 수익원 확보에 나선 것이다. 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약 서비스는 결제와 결합해 온라인 결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 예약에 토스, 금융앱까지 뛰어든 이유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6일 공공 앱에서만 가능했던 SRT 승차권 예매, 자동차 검사 예약, 국립수목원 예약 등을 민간 앱 8곳에서도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한국교통안전공단 웹사이트에서만 예약할 수 있었던 자동차 검사는 이제 네이버, 카카오T, 토스, KB스타뱅킹, 신한 마이카 앱에서도 할 수 있다.
금융앱인 토스에서 ‘자동차 검사 예약’ 버튼을 누르고 차량 번호와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자동차 검사 대상 여부는 물론 가까운 검사소 확인 및 예약·수수료 결제까지 할 수 있다. SRT 승차권 예매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지도에서 ‘대전역’을 검색해 클릭한 뒤 출발역, 날짜, 시간을 클릭하면 수서역부터 대전역까지 이동하는 차편이 검색되고 네이버 페이 등으로 결제까지 가능하다. 광릉숲같은 국립수목원 예약에는 네이버, KB페이 앱이 참여했다.
공공 예약 서비스에 각종 민간 앱이 앞다퉈 참여하는 것은 ‘결제 시장’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이다. 이들 앱은 대부분 예약과 결제가 결합된 형태로, 페이 같은 자사 결제 서비스를 갖고 있는 회사들 입장에선 고객을 확보하고 온라인 결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결제를 위해서는 신용카드를 등록하거나 계좌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앱에서 예약 이외의 다른 서비스를 활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공공 예약 서비스에 참여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앱 안에 공공 서비스를 하나라도 더 추가하면 결제 매출에 도움이 된다”면서 “뱅킹 위주의 앱을 결제까지 가능한 플랫폼으로 키우는 것이 금융 앱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데이터, 황금알 낳는 거위
빅데이터 확보 차원에서도 예약 시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동차 검사 예약을 하는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차 보험을 중개해주거나 SRT 예약을 주기적으로 하는 고객에게 교통 맞춤형 카드를 권하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올해 여권 재발급 신청, 예비군 동원훈련 조회, 국립생태원 예약, 예방접종 내역 조회 등 24종 디지털 서비스를 민간에 추가 개방하기로 했고 이미 다수의 민간 앱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 포털 관계자는 “데이터는 일단 쌓고 나면 이를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며 “예약이나 결제 패턴을 분석해 개인별로 정교한 추천을 하면서 서비스를 고도화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예약만을 전문으로 하는 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식당 예약 앱 ‘캐치테이블’을 운영하는 와드는 올해 5월 기준 MAU(월간활성이용자수) 300만명에 7000곳 이상의 제휴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가맹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배로 늘었다. 캐치테이블은 각 식당에 예약 건수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고 있고 최근에는 제휴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고 있다. 와드 관계자는 “식당 예약을 기반으로 어느 정도 고객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관련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식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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