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모기, 기후변화가 불러온 재앙의 메신저
한국은 그간 온대기후 특성을 보였지만 이젠 거의 아열대화가 되었다. 앞으로 아열대화가 심해질 것이다
각종 병원체를 품은 모기들이 한국으로 몰려올지 모른다는 뜻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모기의 활동 변화는 재앙의 씨앗으로, 과거에는 한국에 없던 질병을 창궐시킬 수 있다
2019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중국의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COVID-19)’의 발병이다. 2023년 3월 기준 전 세계에서 6억8000만명이 넘는 사람이 감염됐고, 그중 약 1%인 680만명이 사망했다. 매일 저녁 뉴스에 나오는 감염자 숫자를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 병에 걸릴 수도 있겠다며 두려움에 떨던 기억이 있다. 매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감염자 숫자도 놀라웠지만, 사실 더 놀라운 점은 코로나19 감염자를 줄이기 위해 사회·경제·교육·문화 등 인간 삶의 모든 질서를 바꾼 것이다. 대학에서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 기업은 재택근무, 회식이 사라지고 혼자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등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세상을 경험했다.
사실 아직 완벽하게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 다시 찾은 이 평화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지금 이런 평화가 또 다른 질병으로 인해 깨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들려주려 한다.
먼저 많은 사람이 알겠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를 매개로 인간에게 전파된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먼저 여기서 감염병과 전염병에 대한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흔히 감염병과 전염병을 혼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바이러스, 기생충, 세균 등의 병원체가 우리 몸속으로 침투해 오는 것을 감염이라 하고, 병원체에 의해 발생한 병을 감염병이라 한다. 인수공통 감염병이란 사람과 동물이 모두 감염될 수 있는 병으로, 동물을 매개체로 전파되기 때문에 동물 매개 감염병이라고도 한다.
모기 때문에 한 해 70만명 사망 추정
많이들 기억하고 있을 것 같은데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0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대표적인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에서 경험한 것처럼 이러한 질병은 공기나 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옮을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전염돼 집단으로 유행하는 질병을 전염병이라 한다. 그래서 꼭 모든 감염병이 전염병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위협적인 감염병을 일으킨 매개체는 무엇이었을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옆에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모기다. 사람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곤충이 모기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해 모기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약 7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사람으로 인한 사망자 수 약 45만명보다 많은 수치이다. 전쟁, 테러, 폭력 등 인간이 인간을 해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다. 오늘 같은 여름이면 밤낮없이 우리를 찾아오는 이 작은 불청객이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존재이다.
모기는 어떻게 이토록 무서운 존재가 된 것인가. 대부분 사람이 모기에게 물려 봤겠지만, 당연히 모기에게 물린다고 사망하는 것은 아니다. 약간 가려울 뿐이다. 그런데 만약 이 모기가 병원체를 가지고 있다면 그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모기는 대표적인 곤충 매개 감염병을 유발하는 매개체로 말라리아, 뎅기열, 일본뇌염, 지카 바이러스 감염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라리아는 주로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지를 여행할 때 주의하라고 알려진 감염병인데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얼룩날개모기라는 녀석이 주로 전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질병관리청 보고서를 보니 2018년 국외 유입 감염자 75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인 501명이 서울, 인천, 경기 등에서 감염됐다.
뎅기열은 주로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서 뎅기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대부분 뎅기열 감염은 국외에서 뎅기 모기를 통해 감염된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2013년 제주도에서 뎅기열을 옮기는 흰줄숲모기가 발견된 것이다. 베트남에서 선박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보이고 있으나 제주도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점이 흥미로운 것이다. 어쩌면 제주의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어서 보통은 유입되더라도 금방 죽어야 할 모기가 번식할 수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모기를 살려준 것이다.
모기와 같은 곤충은 변온동물로서 주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모기의 생체 기능 대부분은 외부 기온, 습도, 강수량, 일사량 등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온도는 가장 큰 영향력을 지녀 따뜻한 지역의 번식률과 생존율이 더욱 높은 경향이 있다.
대부분 경험이 있겠지만 요즘은 모기를 여름에만 보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아직 여름이 오기 전 봄인데도 모기가 등장하고, 자주는 아니지만 아직 봄이 오지 않은 늦겨울에도 모기를 본 적 있는 것 같다. 가을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 서울 같은 경우 11월 모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을 기온 상승으로 추위의 시작이 늦어지면서 모기의 활동 기간이 길어지고, 장마와 불볕더위가 잦은 여름보다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줘 모기의 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북극, 모기로 인해 생태계 재난 우려
게다가 가을은 모기의 산란기이기 때문에 여름보다 훨씬 더 많은 피를 섭취하려 한다. 또 일교차가 큰 가을에는 모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실내로 이동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가을 모기가 늘어난 것처럼 더 느낄 수 있다. 결국 기후변화가 이제 그만 헤어지고 싶은 모기에게 우리 주변에서 질척거리게 만들어 주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모기의 서식지 및 활동 변화는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모기의 활동 변화는 이제 ‘글로벌 트렌드’로 우리나라보다 더욱 심각한 지역이 많다. 지난주만 해도 미국과 유럽에서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미국 CNN, 영국 BBC 등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아직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감염병 경고가 나온 것이다. 사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온의 변화를 보면 이런 모기의 활동 변화가 당연할지 모르겠다.
기후변화로 인해 주로 아열대 지역에 있던 모기의 서식지가 온대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이는 한국과 같은 온대지역의 기후가 아열대화되면서 모기의 활동 조건에 맞는 환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실 모기도 그렇지만 이러한 환경 변화는 모기뿐만 아니라 진드기 같은 다른 질병 매개 곤충의 활동 조건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모기가 유발하는 질병을 넘어 한국에서는 발생하지 않던 새로운 질병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온대지역의 아열대화도 문제지만, 어쩌면 몹시 추운 한대지역이 따뜻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기온 상승률이 큰 지역은 북반구 고위도 지역이다. 최근 여름 기온이 한국의 서울처럼 30도가 넘는 일이 잦아지면서 몇년 전만 해도 빙하로 덮여 있던 지역이 녹아 맨땅이 드러나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영구 동토층이 녹아 물웅덩이가 생기고, 더운 열대지역과는 달리 물이 증발하지 않고 계속 고여 있기에 모기가 산란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변하게 된 것이다.
연구 결과 온도가 1도 오르면 모기 유충의 성장 속도가 10% 증가하고, 2도 오르면 모기의 생존 가능성이 50%나 높아진다.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북극 모기떼는 그곳의 순록을 공격하는 약탈자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순록은 이러한 피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서식지를 바꾼다. 그러면 순록의 서식지 변화로 인해 식물, 토양, 동물 생태계 모든 것이 바뀌게 돼 결국에는 북극의 ‘생태계 재난’을 유발할 수 있다.
어쩌면 아직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그럴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기의 활동 변화는 재앙의 씨앗이 분명하다.
한국은 그동안 살기 좋다고 알려진 온대기후의 특성을 보였지만 이제는 거의 아열대화가 되었다고 해도 무색할 정도의 변화를 겪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 아열대화가 심해질 것이다. 각종 병원체를 품은 모기들이 한국으로 몰려올지 모른다는 뜻이다. 결국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에는 한국에 없던 질병이 창궐할 수 있다. 그래서 명심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을 해야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을.
■정수종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 근무 중이다. 연구팀을 꾸려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을 밝히기 위한 관측 및 모델링 연구를 진행 중이며, Global Carbon Project, 유럽 항공우주국 기후 모니터링, NASA 온실가스 및 생태계 모니터링 등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2018년부터 서울 남산타워 꼭대기에서 도시의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정보를 매일 공개하고 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