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응급실 뺑뺑이’는 예견된 일

경기일보 2023. 7.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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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재 가천대길병원 외상외과 교수

올해 들어 대구에서 발생한 추락 환자와 용인에서의 교통사고 환자가 응급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응급실 뺑뺑이’라는 표현으로 환자를 수용하지 않은 의료 기관들을 조사해 벌금을 부과하고, 정부는 대책으로 응급 환자는 무조건 수용하라는 원칙을 내세운다. 하지만 다른 환자들을 진료하느라 이미 여력이 없는 의료기관이 규정 때문에 환자를 받았다가 치료가 늦어져 사망하게 되면 누구의 책임일까?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으며 다양한 대책들이 시도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다. 의료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절반 정도의 응급 환자들은 골든타임 내에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응급’이라는 범주 안에 진짜 중증 응급 환자와 비응급 환자가 혼재돼 있는 것이 문제다. 비응급 환자라도 기본적인 혈액검사나 영상검사를 하다 보면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응급실 병상과 의료진은 한정돼 있어 중증 응급 환자의 치료에 차질이 생긴다. 또한 전원이 필요한 경우에도 환자를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을 찾느라 소중한 시간이 소모된다.

정부는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개편해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중증응급의료센터’, 일반 응급환자와 중증 환자의 1차치료를 담당하는 ‘응급의료센터’, 경증 환자를 진료하는 ‘24시간 진료센터’로 나누려고 한다. 야간이나 주말에 의사의 진료를 원하는 비응급 환자와 중증 응급 환자를 구분한 것은 적절한 방향이다. 단, 여기에 종사하는 의료진들과 의료기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생체 리듬에 맞지 않고 모두가 싫어하는 시간에 일하며, 중증 환자부터 주취자까지 다양한 부담에 대한 경제적, 시간적 보상이 필수적이다.

응급센터 평가의 결과에 따라 응급의료 수가가 달라지며, 이는 병원들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전문의들보다 급여를 높여 촉탁의를 채용하고 있다. 심혈관이나 외상과 같이 빠른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응급실 인력 외에 다른 의료진도 평가 인력에 포함돼야 하며, 밤이나 주말 근무에 대한 보상도 현실화돼야 한다.

중증 응급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중환자실과 수술실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환자실이나 수술실을 비워 두는 것은 병원이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자발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코로나가 한창일 때와 같이 중증 응급 환자를 위해 비워둔 병상이나 수술실 및 대기인력들에 대한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한정된 보험 재정 안에서 특정 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을 높이면 다른 어느 곳에서는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며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만 늘리면 결국 필수의료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젊은 의사나 미래의 의사들은 현재 의사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고민한다. 저 분야를 선택하면 결혼하고 부모가 돼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밤이나 주말 상관없이 일을 해야 한다면, 누가 응급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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