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대법원의 ‘노란봉투’ 판결은 정의롭다
노동조합이 불법 쟁의행위를 해 조업이 중단됐을 때 그로 인해 발생한 회사 측의 손해를 얼마나 확정해야 하고, 개별 조합원이 노동조합과 동일하게 전체 손해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옳은가?
회사 측이 수십~수백억원의 손해배상을 개별 조합원에게 청구하면 개별 조합원은 파산할 수밖에 없고 가정은 파탄 날 것이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신이 책임져야 할 범위를 넘어 책임을 지게 된다면 이것도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지난달 15일 대법원(주심대법관 노정희)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공장을 검거한 사건에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개별 조합원의 책임 범위를 가담 정도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또 동일한 재판부가 이날 선고한 다른 유사 사건에서 손해의 범위 결정과 관련해 “위법한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 방식 등에 비춰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되는 등,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돼 생산이 감소했더라도 그로 인해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아니할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되면, 그 범위에서는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 추정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관해 쟁의행위 종료 이후 사정까지 감안해 살펴봄으로써 실제로 발생한 손해로 범위를 감축하라는 것이다.
쟁의행위를 결정, 주도한 노동조합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개별 조합원에게 노동조합과 동일한 책임을 지라는 것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부당한 요구다. 회사 임원들의 책임에 관해 대표이사와 상임감사 각 40%, 상무이사 20%, 이사 10%로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판례도 있다. 이 법리를 개별 조합원에게도 적용하는 것이 옳다. 쟁의행위 종료 후 근로자의 협력을 통해 추가 생산이 시행돼 쟁의행위로 인한 생산량 부족분이 복원됐음에도 쟁의행위 기간 중 고정비용 전체를 책임지라는 것은 발생하지도 않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 법리를 활용해 노동자들을 보호하려는 훌륭한 판결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좋은 판례가 나와 다행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궤를 같이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노동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고 자기가 책임질 부분에 한정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노란봉투법’의 취지다. 노동자에게 정당한 몫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동자의 수입이 줄어들면 중산층과 내수 기반이 무너지고 사회 통합이 약해진다. 그러면 기업에도 좋을 게 없다.
이번 대법원의 ‘노란봉투’ 판결은 정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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