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브랜드 임차인’ 들어오니 3년 텅빈 상가가 살아났다
지난2일 오후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내 어뮤즈스퀘어 상가에 자리잡은 베이커리카페 ‘슬로 광교점’. 190평 규모 매장에는 주말을 맞아 빵과 음료를 즐기는 고객들로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이 카페는 식물을 활용한 유럽풍 인테리어와 대형 야외 테라스, 원천호수가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권을 등에 업고 오픈 6개월여 만에 광교의 핫플(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슬로 카페를 유치한 성시정 쉐어드닷 대표(땅집고 공간기획센터 부장)는 “슬로가 앵커 테넌트(핵심 임차인)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이후 주변 점포에도 장사하고 싶다는 임차인이 늘어나고 상권도 빠르게 살아났다”고 했다. 최근 다이닝 펍 ‘포시즌키친’, 한식당 ‘봄설’ 등이 잇따라 입점했다.
어뮤즈스퀘어는 광교에서 속칭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광교중흥S클래스’ 단지 내 상가다. 한해 400만명이 찾는 원천호수를 낀 이른바 ‘레이크 뷰’ 상가에, 배후 주거수요(2231가구)도 많았지만 2019년 입주 이후 3년 넘게 공실 천지였다. 전체 점포 621실 중 절반 이상이 비었었다. 코로나19 사태에 경기 침체 등이 겹친게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이 상가를 살린 원동력은 무엇일까. 성 대표는 “시행사가 과감하게 인테리어 보조금(TI)을 지원해 당시 입점을 망설이던 베이커리카페 슬로와 중식당 만강원 같은 핵심 임차인들의 초기 부담을 줄여줬다”면서 “두 매장도 뛰어난 영업력으로 손님을 불러모았고, 이를 지켜본 다른 임차인들이 확신을 갖고 속속 입점을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베이커리 등 앵커 테넌트 유치가 중요”
땅집고는 지난 4월 공간기획센터를 설립하고 아파트 상가와 단독형 상업용 건물, 주차빌딩 등을 대상으로 빈 공간에 임차인을 매칭해 주는 ‘리징(leasing)’ 사업을 시작했다. 이 센터에는 성시정 대표를 비롯해 SNS(소셜미디어) 핫 플레이스로 유명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복합문화공간 ‘사운즈한남’을 기획한 김태연 피치매니지먼트 대표, 최근 수도권에서 앵커 테넌트로 통하는 베이커리 카페 ‘슬로’ 이상훈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빈 상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3가지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먼저 건물이 들어선 지역 특성과 유동 인구부터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다음으로 TI 등을 제공해 핵심 임차인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뒤, 마지막으로 상권 특성에 맞은 중소형 점포를 채워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형 상가에 들어가는 앵커 테넌트로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나 레스토랑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상훈 슬로 대표는 “집객효과가 뛰어나고 인테리어가 멋진 대형 베이커리 카페와 레스토랑은 주변 상가에 고객을 뿌려주며 상권 전체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며 “분위기가 칙칙하고 올드한 매장은 해당 매장은 아무리 장사가 잘 돼도 주변 상권을 살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매출 줄면 메뉴·가격 혁신해야”
전문가들은 상가를 채우는 것도 힘들지만 입점 임차인이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힘겹게 유치한 임차인이 또 다시 폐업하면 충격이 더 큰 탓이다.
김태연 대표가 공간 기획에 참여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운즈한남’은 운영 노하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인 2020년 이 건물 내 베이커리카페를 인수해 직접 경영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코로나 충격으로 잘 나가던 외식업체도 줄줄이 문을 닫았지만 사운즈한남은 오히려 흑자 행진을 벌여 업계에서도 깜짝 놀랐다.
김 대표는 시간대별로 고객이 찾는 베이커리 종류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고, 빵 종류를 세분화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그는 “한남동은 외국 대사관이 있고 외국인이 많은 이태원도 가깝다”면서 “오전에는 외국인이 식사 대용으로 먹는 빵을 찾는다”고 했다. 이를 겨냥해 오전 11시 이전에는 포만감을 주는 호밀 등 곡물빵 위주로 판매했다. 오후에는 식사 후 디저트를 찾는 고객이 많아 휘낭시에나 파이같은 달콤한 제품을 팔았던 것.
김 대표는 “대내외 환경 변화로 매출이 줄면 전문가 도움을 받아 메뉴와 가격 전략을 과감하게 바꾸고 인력도 재배치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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