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납품단가 연동제, 대·중소기업 상생 추구하는 제도
납품단가 연동제(연동제)를 법제화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제화 전인 지난해부터 납품단가 연동제 자율운영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업들이 미리 연동제에 적응하는 경험을 쌓고 참여에 따른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6월 말 현재 852개 기업이 ‘동행기업’이란 이름으로 연동제에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법제화 과정에서는 이러한 자율운영 경험을 참고해 하도급대금 연동에 따른 대금 조정 효과를 높이고, 사적 자치 침해 우려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현장 작동 가능성을 고려한 제도 설계에 주안점을 뒀다. 그 결과로 개정된 하도급법은 하도급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재료가 있는 경우 계약서에 연동조항을 넣도록 의무화하되, 구체적인 연동 조건은 당사자들이 협의해 정할 수 있게 했다. 한편 현장 작동 가능성을 고려해 일부 예외를 허용했다. 90일 이내의 단기계약이나 1억원 이하의 소액계약으로서 시행령에서 정한 경우, 원사업자가 소기업인 경우, 당사자 간에 연동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경우는 연동제 의무가 면제된다.
아무래도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다 보니, 연동제 적용에서 기존 하도급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항들과의 관계에 대한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가령 하도급법상 경영정보 요구 금지 규정과 관련해 원사업자가 연동제 적용 대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수급사업자에게 원가 정보를 요청해도 되는지를 우려하는데, 연동제를 이행하는 적법한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이에 연동해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감액하게 되면 하도급법상 부당한 감액 금지 규정이 적용되는지에 대한 문의도 있는데, 적법하게 체결된 연동 계약에 따라 대금을 감액하는 것이라면 부당한 행위로 볼 수 없을 것이다. 개정된 하도급법은 원재료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모두 연동시킬 수 있게 설계되었고, 연동제는 원사업자나 수급사업자 어느 한쪽만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제도가 아니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중소 하도급 업체의 부담으로 가중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연동제는 이 같은 원자재 가격의 급변에 따른 위험을 함께 부담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추구하는 제도이다. 앞으로의 경쟁은 개별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간 경쟁, 클러스터 간 경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연동제를 통해 원사업자는 협력사들과 위험을 분담해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통한 경쟁력 확보의 이점이 있을 것이다. 수급사업자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도 이번 법 개정이 향후 연동제를 업계 전반에 관행으로 확산해 나가기 위한 첫걸음임을 기억하고,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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