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

기자 2023. 7.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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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앙.” 냉소와 야유를 토해내듯 경적이 울린다. 차량 한 대가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1만2000보 도보행진에 참여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을 밀치듯 지나쳤다. 집회와 행진에 참석하다 보면 자주 겪는 일이다.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지하철을 타면 원색적 비난을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서로의 남루한 얼굴을 마주하면 대거리를 하는 대신 문구가 보이지 않게 팻말을 돌리고 얼굴도 돌려 버린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분들은 뒤통수에 대고 ‘지랄하네’라는 말을 내뱉는데 문득 뜻이 궁금해 사전을 찾아보니 간질 환자를 비하하거나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온몸을 던져서라도 전하고 싶은 절박한 이야기는 종종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박정훈 배달노동자

우아하고 조용하게 의사를 관철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최저임금은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대결로 중계되지만, 온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교통사고 보상기준, 자영업자 손실보상, 장애인 의무고용, 탈북자 이주민 지원, 모성보호 및 육아지원 등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16개의 법률에 최저임금이 활용된다. 이 중요한 임금을 노사 대표와 공익위원들이 결정하는데, 노동자위원이었던 한국노총 김준영 위원이 포스코 하청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 저항하다가 폭력 연행되고 구속됐다. 노측은 노동자위원을 다시 추천했지만 정부가 거부하면서 회의장에서 노동자대표가 추방됐다. 공평하지 않은 것 같지만 불법은 아니니 내년도 최저임금도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결정될 것이다.

7월 말에는 최저임금보다 중요한 기준중위소득이 결정된다. 기준중위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득기준이자 보상기준으로 무려 76개의 복지제도에 영향을 미친다. 기준중위소득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라는 곳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한 15명의 위원들이 결정한다. 가난한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는 이 회의에 참석할 자격을 가진 사람들은 5개 정부 부처 차관과 교수, 연구자, 변호사 등이다. 회의는 비공개다. 근로기준법 바깥 노동자들의 산재 휴업급여도 조용히 삭감됐다. 배달노동자들을 포함한 노무 제공자들은 7월1일부터 보험료는 많이 내지만, 휴업급여는 최저임금 미만으로 삭감된다. 평범한 서민들의 소득은 알뜰살뜰 삭감됐지만, 부자들은 화끈한 감세정책으로 이익을 얻고, 세수는 무려 36조원이 덜 걷혔다.

이 같은 변화들을 정부부처의 보도자료 형태라도 볼 수 있으면 다행인데, 대부분은 국가법령정보센터나 정부 홈페이지를 뒤져 바뀐 시행규칙과 업무처리 지침을 일일이 찾아내야 한다. 이마저도 이해하기 힘든 용어와 수식 때문에 정책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바뀌었는지 유리하게 바뀌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그래서 일부 국민들은 초대받지 못한 회의장 대신 삶의 터전에서 자기 삶을 결정할 회의를 개최한다. 집회와 행진이다. 행여 세상에 들리지 않을까, 조용히 손을 드는 대신 힘차게 팔뚝질을 하고 큰 소리로 외친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시끄럽고 불편한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순간,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들도 사라질 것이다. 마침 7월엔 민주노총 총파업이 있다. 잠깐의 불편함과 소음만 견딜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박정훈 배달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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