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인스타그램과 대학의 미래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남들 다 하는 일이라고 꼭 따라 해야 하나 싶어 외면하다 더 버티지 못하고 뒤늦게 시류에 올라탔다. 사회관계망을 아예 이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잠깐 머문 트위터는 유용했지만 정치적 편향과 말초적 콘텐츠로 오염되는 플랫폼을 목격하면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인스타그램은 듣던 대로 사라진 '미니홈피'와 비슷하다. 이미지 기반 플랫폼이다. 플랫폼을 채우는 콘텐츠는 텍스트, 사운드, 이미지라는 세 요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텍스트 기반이다. 팟캐스트는 사운드 기반이고 유튜브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삼는다. 이미지는 둘로 나뉜다. 그림과 사진처럼 움직이지 않는 이미지가 있고 동영상처럼 움직이는 이미지가 있다. 요즘엔 대부분 플랫폼이 세 요소를 뒤섞어놓긴 했지만 본질이 되는 기반요소는 변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은 움직이지 않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다. 반드시 긴 글을 써야 할 필요도 없고 영상을 촬영하거나 편집해야 할 의무도 없다. 눈앞의 대상을 찰칵하고 찍어서 올리면 그뿐이다. 스마트폰으로 생겨난, 쉽고 편리하게 콘텐츠를 제작, 유통, 향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러므로 이 플랫폼은 앨범, 일기장, 독서록, 메모장, 강연록, 교육장, 매스컴이 된다. 사적 기록을 대중과 나누고 공적 서사를 네트워킹한다.
세계로 열린 플랫폼은 짐작조차 어려운 엄청난 부가가치를 생산한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등단이 어려운 누군가에겐 '출판사'가 되고 화가의 꿈을 꾸지만 전시공간을 찾지 못한 누군가에겐 '갤러리'가 되며 교사가 되고 싶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누군가에겐 '강의실'이 된다. 사람이 모이는 곳, 정보가 교차하는 곳, 가치가 연결되는 곳, 플랫폼의 유효성을 대번에 알아본 이들이 있다. 정치인과 연예인이다. 대중의 승인을 통해 생존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자신의 '얼굴'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
그런데 플랫폼을 활용하는 대학교수는 거의 찾기 어렵다. 인스타그램에 '교수'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나타나는 결과는 미미하다. 시대가 몰입하는 플랫폼 앞에서 우리의 교육에 관한 질문을 던져본다. 교육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제도교육은 플랫폼이 창출하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외면해도 괜찮을까. 디지털-플랫폼-네트워크 시대의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교육부는 얼마 전 대학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예고에 따르면 대학에 반드시 학과·학부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사라진다. 학생은 학과·학부라는 칸막이가 없어진 대학에서 원하는 대로 강의를 듣고 학위를 얻는다. 학과 중심의 학술학위 기준도 없어진다.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원칙에 따라 1학년 학생도 전과를 할 수 있게 된다. 온라인 학위과정은 사전승인 없이 모든 분야가 운영할 수 있도록 확대된다. 국내 대학이 함께 공동교육과정을 설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 대학과의 공동교육 운영, 교육과정 수출도 자유로워진다. '학교 밖 수업'도 승인 없이 운영할 수 있다.
캠퍼스라는 울타리 안에서 강의실을 성벽으로 삼아 안주한 대학은 더욱 흔들릴 것이다. 20세기 대학교육은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가질 것인가를 목표로 삼았다. 21세기 디지털-플랫폼-네트워크 시대엔 지식과 정보가 넘쳐난다. 대학은 이제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의 참과 거짓을 가릴 줄 아는 인재, 참된 지식과 정보라도 무가치한 것을 버리고 가치를 발굴해낼 줄 아는 인재, 가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그러므로 지식 생산자이자 유통자로서 대학은 캠퍼스의 울타리를 허물고 강의실 문을 열어젖히고 뛰쳐나오는 시도를 감행해야 한다. 교육은 이제 지식과 정보의 정확성, 윤리성, 가치성, 창의성을 실험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 플랫폼을 더욱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임대근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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