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美대법원이 바이든 재선 돕는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 7. 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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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의 임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워싱턴 연방대법원을 방문해 대법관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C) AFP=뉴스1

미국 연방대법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와 연이어 대척점에 있는 판결을 내리면서 내년 미국의 대선이 크게 영향 받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론조사 결과 재선 가능성이 떨어지는 바이든이 오히려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로 인해 중도좌파 세력의 결집이라는 구심점을 얻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3차례에 걸쳐 인종과 소수자, 사회적 약자 계층을 위하는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첫째는 대학입학 사정에서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적극적 차별시정조치)을 60여년 만에 위헌이라고 한 것이고, 둘째는 성 소수자의 작업 의뢰를 거부한 기독교 신자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차별금지법(콜로라도주)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4300억 달러 규모의 학자금 대출 탕감정책이 법률에 명시적 근거가 없어 무효라고 했다.

대법원이 보수적인 판결을 연이어 내놓는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구성된 대법관 구성을 언론들은 지적한다. 트럼프가 새로 지명했던 보수성향의 3명이 대법원에 종신직으로 진입하면서 보수와 진보의 비율이 6대 3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3건의 판단은 6대 3의 비율로 확정됐다.

하지만 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이러한 보수적인 결정이 희미해져가는 민주당 세력의 결집을 이끌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이 계층사회에서 신분상승을 이끌 수 있는 유명대학 입시의 기존 우대정책을 박탈당하면서 계급논쟁을 강화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NYT의 조나단 와이즈먼은 법원의 결정은 민주당 역시 엘리트주의에 의해 주도된다며 떠나버린 노동계급 유권자들을 다시 불러모을 촉매가 될 거라고 봤다.

사실 민주당은 백인 금발여성이자 변호사 출신으로 영부인까지 지낸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에 패할 때 이런 문제점을 노출했다. 성별만 여성으로 바뀌었을 뿐 민주당 역시 백인 기득권이 점령하고 있지 않느냐는 트럼프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트럼프 집권과 보수주의 색채 강화가 바이든 정부를 태어나게 했지만 '앵글로색슨계 아이리쉬 올드맨'의 집권을 최근까지 재연장해줄 여론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소수인종 우대에 이어 학자금 부채탕감 계획까지 백지화시키면서 실질적인 상환계층인 30~40대 가장들이 결집할 가능성도 나타난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법원이 젊은이들에게 공개적으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민주당이 4300억 달러를 아끼는 대신 재원의 여유를 가지고 저임금 공무원직에 입문한 젊은이들에게 보조금 프로그램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언론들은 소수인종 우대정책 폐지에서도 공화당이나 보수주의자들이 이른바 '이이제이'의 방법으로 아시아계와 흑인 및 히스폐닉계를 분란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정책이 지속되면서 공부 못하는 흑인이 잘하는 아시아계를 누르고 아이비리그에 입학해왔다고 분열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통계는 백인들의 입학비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폐지할 게 아니라 대학들이 자율권으로 갖고 있는 엘리트 부자들의 기여입학제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비판한다. 기득권 문제는 논외로 하고 '좁은 문'에서 빈자들끼리 싸움을 벌이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의 마릴린 스트릭랜드(Marilyn Strickland) 민주당 하원의원은 "민주당은 하버드나 노스캐롤라이내대와 같은 엘리트 기관의 문제에서 벗어나 논점을 광범위하게 재조정해야 한다"며 "그것은 노조 훈련 프로그램과 인턴 제도, 직업 학교 및 커뮤니티 칼리지로 확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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