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강원특별자치도, 함께 손을 모아 나가고 있나요?

윤한 2023. 7. 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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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 소양하다 대표

트럭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털털거리며 굴러갔다. 마을을 출발한 지 불과 두세 시간 만에 우리는 도시에 닿을 수 있었다. - 이동하, ‘장난감도시’(1979)



올해부터 박사과정에 진학해 절반은 학생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전공은 도시공학으로 문예창작(학사), 관광경영(석사)과는 또 다른 행보인 셈이다. 박사입학 면접에서 나는 “사람들은 제게 터무니없는 전공을 택한다고 하지만, 저는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터의 무늬가 중요한 것처럼 저만의 무늬를 이곳에서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라고 했다. 첫 학기에서 꼭 듣고 싶었던 과목은 ‘환경설계론 세미나’, 지도교수님 수업이었다. 포털 강의계획서엔 ‘수업계획서를 꼭 확인해 보라’는 교수님의 친절하고도 섬세한 문구가 있었다. 두가지를 직감할 수 있었다. 하나는 이 수업에서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는 점, 두 번째는 수업 시간 외에도 집중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직감은 곧 확신으로 이어졌다. 열세 명의 학생들은 자기표현과 함께 공통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사례를 찾았으며,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수업 주제는 ‘소도시 연합’이었다.

나를 비롯한 우리 세 자매는 모두 춘천에서 태어났지만, 나와 동생들의 주민등록번호 뒷번호가 다르다. 나는 춘천시, 동생들은 춘성군이었다. 춘성군은 1992년 춘천군으로 환원되었고 1995년 춘천시와 통합됐다. 출생신고 등록지가 다르다 보니 주민등록번호가 달라졌다. 춘성군이 춘천시로 통합되지 않고 별도의 군으로 남아 있으면 어땠을까. 강원도는 19개 시군이 되었을 것이고 춘성군에 사는 학생들은 춘천시로 유학 왔을 것이다. 이동하의 소설 ‘장난감 도시’ 주인공처럼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가족 모두가 춘천시로 넘어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수업에서 다룬 여러 사례는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있었다. 국가 정책, 시행 주체, 시행 연도 및 도시정책 패러다임에 따라 다르기도 했다. 그러나 열세가지 사례들을 꿰뚫는 공통점이 있다면 ‘작은 도시 살려내기’였다. 메가시티 열풍이 사라지지 않은 한국을 돌아보면 누군가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때로는 작은 것들이 큰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을 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배웠다.

사례를 찾고 모으며 교본으로 삼은 책은 지도교수님의 저서 ‘천천히 재생’이었다. 책 부제는 ‘공간을 넘어 삶을 바꾸는 도시 재생 이야기’이다. 이 책이 교본이 된 이유는 도시재생 및 개발이 크신재(크게, 신도시의, 재개발)가 아닌 작고채(작게, 고치고, 도시 안을 채우는) 형태로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인구절벽에 다다르고 있음에도 우리는 아직 큰 도시의 형태를 본 따오거나 작은 도시가 큰 도시의 일부로 흡수되는 형태의 도시정책을 펼치고 있다. 내가 선택한 사례는 일본 기타시타라군의 ‘도에이정, 시타라정, 도요네촌’의 연합 사례였다. 전체 인구가 8000명이 안 되는 이 3개 정촌은 ‘살아도 좋고, 찾아가도 좋고, 이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연합을 도모했으며, 교통·교육·의료 등 상호 간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인구유출을 막도록 노력했다. 인구를 더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유출 방지가 목표라는 점이 가장 멋진 부분이라 생각했다. 소박하면서도 진솔하고, 천천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도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사례를 연구하면서 나는 최근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를 떠올렸다. 많은 사람의 우려처럼 2021년 강원도는 인구 154만명이 붕괴되었고, 인구증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책대로 실현된다면, 강원특별자치도에는 주민주권 실현, 지역균형발전 등의 혜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18개 시군 중 교통이 불편하고, 사람 대신 빈 공간이 양산되는 도내 작은 도시들에도 이러한 혜택이 고루 돌아갈까라는 점에서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이를테면 태백·영월·정선과 같은 강원 남부권 도시들과 철원·양구·화천과 같은 북부내륙의 갈증과 특성이 다를 것이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큰 도시를 벤치마킹하고 그들과의 연결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이들 간의 연합, 서로 작은 부분을 채워주고 보완해 주는 연결 지점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옛말이 있다. 눈에서 멀어지지 않으려면 가까이 있어야 하고, 가깝지 않다면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다리가 필요하다. 전국에서 가장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 바로 강원특별자치도이다. 모로 가도 서울로 뻗을 수 있는 교통보단 바로 옆 동네에 좀 더 편하게 오갈 수 있는 기차, 전철이 더욱 필요할지도 모른다.윤한 소양하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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