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다자이 오사무가 마감에 쫓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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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앞두고 도무지 글이 안 써진다는 내용으로 원고 보내는 저자, 정말 싫어요.”
얼마전 출판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편집자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성의하다는 이유에서였죠.
‘아, 원고를 받는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송고하는 입장에서는 마감은 코앞인데 도무지 영감은 떠오르지 않고, 그러다보면
‘이 상황도 글감이 되지 않을까, 될 거야, 되어야 해’ 스스로를 설득하게 되고,
결국 현재의 심경으로 원고지를 채우게 되고, 그러다보면 또 그럴싸한 글이 나오기도 하고…. 설마, 아닐까요?
나는 사실 부끄럽다. 고뇌고 나발이고 다 없다. 왜 안 쓰는데? 실은 몸이 좀 안 좋아서, 라고 궁지에 몰려 눈을 내리뜨고 가련하게 고백하곤 해도 하루에 골든 배트 담배를 쉰 개비 이상 피우고 술은 마셨다 하면 보통 한 되 정돈 거뜬해서 입가심으로 오차즈케를 세 공기나 먹어치우는 병자가 어디 있겠나. 요컨대 게으른 인간이다. 언제까지고 이래서는 도저히 가망이 없다. 이렇게 결론지으면 괴롭지만 더는 자신의 응석을 받아줘서는 안 된다.
일본 작가들이 서재를 주제로 쓴 글을 엮은 ‘작가의 서재’(정은문고)에서 읽었습니다.
이렇게 말한 이는 다자이 오사무.
그는 1939년 4월 잡지 ‘문예’에 실은 산문 ‘나태라는 가루타(carta)’에서
글이 써지지 않아 책상 머리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심경을 절절히 털어놓습니다.
괴로움이니 고매니 순결이니 순수니, 이제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써라. (…) 노동하지 않는 자에게는 권리가 없다. 인간 실격, 당연한 일이다.
마감에 쫓기다 궁여지책으로 쓴 것이 분명한 이 글은 그렇지만 꽤나 근사합니다.
하긴, 다자이 오사무니까요. 결국 ‘뭘’ 쓰는가가 아니라, ‘잘’ 쓰는가가 중요한 거겠죠.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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