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 보이는 ‘로톡-변협 9년 갈등’… “법무부 신속한 판단을”[인사이드&인사이트]

장하얀 기자 2023. 7. 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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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 vs 로톡 3차전
이르면 이달 법무부의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심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법조계와 리걸테크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가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의 ‘변호사 로톡 가입 금지’ 규정에 일부 위헌 판정을 내렸지만 대한변협은 이후 로톡 활동 변호사 9명에 대한 징계 의결을 강행했다. 그러자 해당 변호사들이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했고 그 결과가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대한변협을 비롯한 변호사단체와 로톡의 갈등은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인 2015년 시작돼 벌써 9년째 진행 중이다. 변호사단체는 공익성이 중요한 법률시장에 광고와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끼어들면 자칫 법률 영역이 자본에 종속될 수 있다며 경계한다. 반면 로톡 측은 포털의 파워링크 등 변호사 광고는 허용하면서 로톡만 규제하는 건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 로톡, 변호사 회원 수 반토막

2012년 설립된 로앤컴퍼니는 2014년 2월부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의뢰인이 손쉽게 원하는 변호사를 찾아 사건을 상담하고 의뢰할 수 있는 플랫폼 ‘로톡’을 선보였다. 변호사들이 매월 일정 금액의 광고료를 내면 검색 상단에 노출되는데, 사건 수임에 어려움을 겪던 청년 변호사들이 앞다퉈 가입하며 한때 변호사 회원 수가 4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인 2015년 3월부터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2015년 3월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시작으로 대한변협 등으로부터 ‘변호사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연이어 고발당한 것이다. 이어 2021년 5월 대한변협은 변호사들의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 가입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내부 규정인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로앤컴퍼니와 변호사 60명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며 맞섰다.

지난해 5월 헌재는 문제의 규정에 일부 위헌 판단을 내렸다. ‘협회의 유권해석에 반하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한 부분이 어떤 광고를 금지하는 것인지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봤다. 또 경제적 대가를 받고 ‘변호사 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를 하는 단체에 광고 의뢰를 금지한 부분을 두고선 대한변협에 의무 가입해야 하는 변호사들의 “표현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으로 봤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로톡 회원 징계의 핵심 근거인 ‘광고 규정 위반 변호사 징계’ 부분을 헌재가 인정했다며 징계 절차 진행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로톡 이용 변호사 9명에 대한 징계를 강행했다. 그러자 해당 변호사들은 지난해 12월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했고, 법무부는 이달 중 징계 심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변호사법에 따라 변협의 변호사 징계에 대한 이의신청은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맡는다.

이들의 갈등은 공정거래위원회로도 번졌다. 올 2월 공정위는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변호사들에게 ‘로톡’ 탈퇴를 요구하고 따르지 않는 경우 징계한 건 잘못이라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20억 원(각 10억 원)의 제재를 내렸다.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탈퇴할 수도 없는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징계권을 이용해 사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단체는 곧바로 시정명령 취소를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두 단체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현재 공정위 제재의 효력은 일시 정지된 상태다.

● 대한변협 “플랫폼 막자는 건 아냐”

대한변협은 협회가 플랫폼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만 국방이나 의료처럼 법률 분야 역시 공익성이 필요한 만큼, 자본으로 무장한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진입에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로톡은 ‘리걸테크’ 타이틀을 앞세우지만 결국 광고 수수료를 벌기 위해 중개 시스템을 차용한 플랫폼”이라며 “협회가 운영하는 공공 법률 플랫폼 ‘나의 변호사’ 등을 통해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자본에 의한 법조계 지배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대한변협은 현행법이 법률 분야의 공공성 등을 이유로 주식회사 형태의 법무법인 설립을 금지한다는 점도 언급한다. 주식회사인 로앤컴퍼니가 변호사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기 시작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변호사들이 주식회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달 플랫폼 같은 사례가 법률시장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처음에는 손쉬운 주문과 저렴한 배달로 인기를 끌다가 독과점 사업자가 된 후 배달료를 올리고 광고비로 식당을 줄 세워 플랫폼만 살찌는 상황이 된 걸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자칫 법률서비스 이용자와 변호사들은 소외되고 플랫폼만 성장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평가를 하는데 이 역시 변호사들이 승소가 쉬운 사건을 가려서 받거나 허위 조작 후기를 올리며 법률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로톡 “변호사 광고의 자유 박탈”

반면 로톡 측은 대한변협이 기득권 논리를 들이대며 ‘변호사의 광고할 자유’를 빼앗고 의뢰인들의 손쉬운 법률시장 접근을 막으려 한다고 반박한다.

로톡 관계자는 “아는 변호사가 없는 일반인들이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분야의 변호사들을 쉽게 찾고 선임할 수 있도록 광고를 제공하는 리걸테크 플랫폼 모델”이라며 “대한변협에선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변호사 소개·알선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이 이미 공정위와 법무부 측에서 증명됐다”고 밝혔다.

또 초기에 다소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헌재의 판단과 대한변협의 ‘광고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사업 모델을 계속 수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논란이 됐던 ‘형량 예측’ 프로그램의 경우 서비스 업데이트 과정에서 폐지했고, 변호사 평점 매기기도 없앴다는 것이다.

배달 플랫폼 같은 사례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식당이 플랫폼에 수수료를 내는 것과 달리 로톡은 변호사로부터 월정액 광고비만 받을 뿐 수임에 대해선 한 푼도 안 받는다”며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한다.

또 로톡 측은 네이버 파워링크와 엑스퍼트 등에서 변호사들이 돈을 내고 홍보를 하고, 이용자들이 후기와 별점을 남기는데 대한변협이 로톡만 규제하려 한다며 억울하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 “법무부의 신속한 판단 필요”

법무부 징계위 심의 결과는 헌재와 공정위 판단에 이은 대한변협과 로톡의 3차전 성격이다. 법무부 징계위에서 변호사들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면 징계는 즉시 취소되고 대한변협은 이에 대해 불복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반면 법무부 징계위가 이의신청을 기각하면, 해당 변호사는 행정소송을 통해 다시 한번 징계의 정당성을 다툴 수 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징계 취소 여부가 발표되더라도 대한변협과 로톡 간의 싸움이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변협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징계가 취소되더라도 로톡에 가입한 다른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 판단은 징계가 결정된 변호사 9명의 징계 수위에 대한 내용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 대신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향후 대한변협이 강행하는 징계 수위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로톡은 법무부가 변호사들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이를 ‘징계 취소 판례’로 활용하며 서비스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의신청이 기각될 경우 변호사들의 행정소송을 지원할 계획이다.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과 기존 단체 간 갈등이란 점에서 많은 이들이 로톡을 보며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은 ‘타다’를 떠올린다. 타다 경영진은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사업은 재개할 수 없게 됐다. 로톡도 변호사단체와의 분쟁을 거치며 신사옥을 매물로 내놨고 현재 직원 절반을 떠나 보내는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기화된 법적 갈등은 결국 회사의 경영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신속하게 로톡에 대한 판단을 내려 타다 사태 재연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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