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소상공인 이대론 전기료에 녹다운

채명준 2023. 7. 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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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을 13년째 운영 중인데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어요. 코로나 때 생긴 빚을 갚는 것도 벅찬데 전기세 인상까지. 여름에 에어컨과 컴퓨터를 온종일 틀어놔야 하는 입장에서 정말 막막합니다."

사장은 "전기세가 인상되기 전인 2019년 여름에는 월 200만원 정도의 전기세를 납부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1.5배 수준인 월 300만∼350만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비중이 무려 25%인 우리나라 특성상 자영업자의 붕괴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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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을 13년째 운영 중인데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어요. 코로나 때 생긴 빚을 갚는 것도 벅찬데 전기세 인상까지…. 여름에 에어컨과 컴퓨터를 온종일 틀어놔야 하는 입장에서 정말 막막합니다.”

동네 단골 PC방 사장이 붕대를 동여맨 손목을 부여잡고 걱정을 토로했다. 그는 한때 서울 내 PC방 3개 지점을 운영할 정도로 잘나갔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본점을 제외한 지점 두 개 중 하나는 문을 닫았고, 다른 하나도 폐업을 준비 중이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재기를 기대했지만, 인상된 전기요금이 다시 발목을 잡는다. 그는 “모든 걸 놓고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수심 가득한 그에게 ‘힘내시라’는 말은 닿을 길이 없어 보였다.
채명준 경제부 기자
‘모든 걸 놓고 싶은’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다. 노래방, 음식점 등 에어컨을 상시 틀고 있어야만 하는 업종들은 모두 걱정이 태산이다. 단기간에 가파르게 인상된 전기요금의 압박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정부는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157.7원으로 인상했다. 기존보다 5.3%(8원) 올린 것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무려 5차례나 인상한 결과 지난해 요금의 40%에 육박하는 40.4원이 올랐다. 사장은 “전기세가 인상되기 전인 2019년 여름에는 월 200만원 정도의 전기세를 납부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1.5배 수준인 월 300만∼350만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여름은 긴 폭염이 점쳐진다. 지난달 세계기상기구(WMO)는 “앞으로 5년 안에 인류 역사상 최악의 더위가 올 것”이라며 세계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를 증명하듯 태국 등 동남아에는 연일 폭염이 이어졌고, 우리나라도 평소보다 이른 6월 중순부터 폭염이 시작됐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를 겪으며 그로기(groggy) 상태가 된 자영업자들의 경제상황이다.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인 1033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1014조2000억원)와 4분기(1019조8000억원)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1000조원을 넘겼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는 제2금융권 대출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위험 징후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벼랑 끝 소상공인 구제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자영업자 비중이 무려 25%인 우리나라 특성상 자영업자의 붕괴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최근 한국전력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6∼9월분 전기요금에 대해 분할납부 제도를 한시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나섰지만, 어차피 ‘조삼모사’ 아니냐는 볼멘소리만 들린다. 국가전략기술 최대 25% 세액공제 등 법인을 위한 파격적 지원에 비해 정작 ‘약자’를 위한 지원은 인색하다.

재정건전성도 중요하지만 지원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수습에 더 큰 비용이 들어간다. 이미 그로기 상태인 자영업자들에게 올여름 전기요금은 잔을 넘치게 하는 ‘마지막 한 방울’이 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이 ‘놔 버리기’ 전에 정부가 그들의 손을 ‘잡아야’ 한다.

채명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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