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 시 읽는 마음] 삼십 분
2023. 7. 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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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이가 집 앞에서 말을 걸었다 -나는 저기서 언덕을 밀고 있어요.
그래 나는 호의를 베풀려고 언덕이 얼마나 움직였는지 되물었다 -어제는 십 분, 오늘은 이십 분을 밀었지요.
"어제는 십 분, 오늘은 이십 분" 동안 언덕을 밀었다는 아이.
아마 내일은 "삼십 분"을 밀게 되려나? 아이로 인해 풍경은 더 세차게 요동하고 시간은 더 잽싸게 흐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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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혁
미친 아이가 집 앞에서 말을 걸었다
-나는 저기서 언덕을 밀고 있어요.
그래 나는 호의를 베풀려고 언덕이 얼마나 움직였는지 되물었다
-어제는 십 분, 오늘은 이십 분을 밀었지요.
뜨거운 여름 정오라서 아지랑이 속 풍경은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가 계속 잘하고 있었구나
진짜 시간이 흐르고 있겠구나
-나는 저기서 언덕을 밀고 있어요.
그래 나는 호의를 베풀려고 언덕이 얼마나 움직였는지 되물었다
-어제는 십 분, 오늘은 이십 분을 밀었지요.
뜨거운 여름 정오라서 아지랑이 속 풍경은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가 계속 잘하고 있었구나
진짜 시간이 흐르고 있겠구나
미치광이가 등장하는 시는 어쩐지 흥미롭다.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게 된다. 시 속 “미친 아이”가 정확히 누군지는 몰라도, 혹 이 아이를 만난다면 나 또한 조금쯤 호의를 베풀고 싶어질 것이다. “어제는 십 분, 오늘은 이십 분” 동안 언덕을 밀었다는 아이. 아마 내일은 “삼십 분”을 밀게 되려나? 아이로 인해 풍경은 더 세차게 요동하고 시간은 더 잽싸게 흐르겠다. 흐르고 또 흐르는 시간, 그 각박함을 오래도록 원망했으나…. 그게 실은 뜨거운 계절 누군가 힘겹게 힘겹게 언덕을 민 결과라 한다면 기분이 좀 달라진다. 생각이 부쩍 많아진다. 아이는 왜 자꾸 언덕을 미는지, 왜 하필 내게 말을 거는지, 묻고 싶은 것투성이이지만, 그보다 지금은 다만 고마운 것이다. “계속 잘하고 있는” 아이가, 멈추지 않는 이 시간이.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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