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의 선물’ 가루쌀의 약진

2023. 7. 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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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겉은 쌀이지만, 밥쌀보다는 밀과 더 비슷한 특성을 가진 '가루쌀'.

넘치는 쌀 생산 수급 균형을 맞추고, 식량안보까지 담보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가루쌀이 주목받고 있다.

일반 벼처럼 논에서 자라지만, 밥 짓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쌀 과잉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밀가루를 대체해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다.

쌀 수급 조절과 수입 밀가루 대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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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겉은 쌀이지만, 밥쌀보다는 밀과 더 비슷한 특성을 가진 ‘가루쌀’. 넘치는 쌀 생산 수급 균형을 맞추고, 식량안보까지 담보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가루쌀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 개발된 가루쌀(‘바로미2’)은 가루 성질 돌연변이 유전자를 발현시켜 탄생한 품종이다. 긴 시간 7000개의 돌연변이를 일일이 손으로 심어가며 가루 성질 유전자를 탐색한 연구 끝에 탄생했다. 우연한 계기로 개발한 돌연변이 쌀 품종이 ‘신의 선물’로 불리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세계적으로 식량안보가 화두인 요즘, 우리나라도 44%에 불과한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유독 쌀은 예외다. 쌀 재배 면적 감소보다 소비량 감소가 빨라지면서 구조적 공급 과잉이 불가피해졌다. 2022년 기준 국민 한 사람이 소비하는 쌀은 20여년 전과 비교해 40%가량 줄었다. 쌀 생산량이 소비량을 훨씬 웃돌아 수급 불안정을 초래하고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쌀은 여전히 한국인의 주식이며, 식량자급률을 지탱하는 핵심 작물이다. 이상기후나 불안정한 국제정세를 고려해도 쌀 재배를 무작정 줄일 수만은 없는 이유다. 쌀 재배 기반을 보전하면서 식량안보도 공고히 할 수 있는 대안이 절실하다. 가루쌀의 탄생이 빛을 발하는 시점이다.

가루쌀 ‘바로미2’는 소비가 줄어든 밥쌀용 쌀 대신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에 유용한 가공용 쌀이다. 일반 벼처럼 논에서 자라지만, 밥 짓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쌀 과잉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밀가루를 대체해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다. 쌀 수급 조절과 수입 밀가루 대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대안이다.

가루쌀은 생육기간이 짧아 콩, 밀 등과 이모작도 가능하다. 일반 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가루로 빻아 쓸 수 있어 제분 비용도 덜 들고 가공 시간도 절약된다. 밀을 가공하던 기계로 가루쌀을 제분할 수 있어 새 시설이나 장비도 필요치 않다.

정부는 가루쌀 재배 면적을 2026년까지 4만2000㏊로 확대하고 2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해마다 수입하는 밀가루 200만t의 10%를 대체하는 수준이다. 농촌진흥청은 가루쌀 안정생산 기술지원을 위해 올해 38개 생산단지(2000㏊)에 대한 관리지원 체계를 구축하여 운영한다. 생산단지별 중앙·지방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담관리팀을 운영해 가루쌀 생육단계별 추진상황 및 생육 현황을 중점 관리한다. 채종단지를 조성해 2024년 1만㏊에서 재배할 종자 600t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속적인 가루쌀 보급 확대를 위해 재배 안정성 강화 기술을 개발하고, 가루쌀 소비 확대를 앞당길 산업화 기술개발도 강화한다. 가루쌀과 밀가루 혼합비율에 따른 제품 특성과 가공 특성을 검토한 뒤 가루쌀 제품 개발 지원사업과 연계해 산업체에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다.

가루쌀의 등장은 우리나라 쌀 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식품소재라는 점에서 분명 반가운 일이다. ‘신의 선물’로 불릴 만한 가치가 충분한 가루쌀의 약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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