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에서 있었던 그 시간… KIA 듀오가 강해져 돌아왔다, 김종국도 고개 끄덕였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강화SSG퓨처스필드는 6월 중순의 날씨에도 더웠다. 햇살이 따가웠고, 이를 피할 방법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오후 1시에 시작되는 경기는 준비해야 했다. 경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선수들의 유니폼은 땀에 젖었다.
1군과 2군 선수들의 일상은 완전히 다르다. 1군 선수들은 ‘저녁형 인간’이고, 2군 선수들은 반대로 ‘아침형 인간’이다. 혹서기가 아니라면 2군 경기는 보통 오후 1시에 시작되고, 이동일을 앞두고는 오전 11시부터 경기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오후 1시에 경기가 있다고 하면 훈련 시설에는 늦어도 오전 9시에는 도착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훈련도 하고, 식사도 하고 경기에 들어갈 수 있다.
정말 선택 받은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2군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1군에서 오랜 기간 생활하다 2군에 내려간 선수들은 이 달라진 시간대부터 적응을 해야 한다. 심리적인 부분을 제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KIA에도 그런 선수들이 있었다.
5월 중순 KIA는 경기력 조절이 필요한 주축 선수들을 대거 2군으로 내려 보내며 전반기 막판 및 후반기 레이스에 대비했다. 지금 조금 고생하더라도, 후반기부터는 정상적인 전력으로 달려야 한다는 계산이었다. 그 가운데에는 지난해 주전 1루수로 활약하던 우타 황대인(27), 그리고 팀의 필승조로 오랜 기간 활약했던 우완 전상현(27)도 있었다.
2군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선수들이다. 전상현은 2019년 1군 무대에 자리를 잡은 이후 부상이 아니라면 2군에 올 이유가 없는 확고부동한 필승조였다. 팀이 오랜 기간 기대했던 우타 자원인 황대인은 지난해 경력 최다인 129경기에 나가 타율 0.256, 14홈런, 91타점을 기록하며 알을 조금씩 깨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는 나란히 경기력에 떨어지며 고전했다. 결국 전상현은 5월 26일, 황대인은 5월 29일 2군으로 내려갔다.
생각보다 1군 복귀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김종국 KIA 감독은 복귀 조건으로 ‘꾸준한 경기력’을 내걸었다. 낙담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았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경기력을 조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2군 구장의 따가운 햇살과 싸우는 두 선수는 묵묵하게 연습 타격을 하고 또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있었다. 불평이라는 단어는 얼굴에 없었다. 결과야 어쨌든 경기도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상현이 22일, 황대인은 27일의 2군 생활을 거쳐 다시 1군에 올라왔다. 결과와 별개로 세부적인 내용이 좋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리고 1군에 올라온 뒤 2군에서 갈고 닦았던 자신의 기량과 더 단단해진 심장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국 감독이 두 선수의 경기력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1군 복귀 후 점차 컨디션을 끌어올리던 전상현은 1일 잠실 LG전에서 역투를 펼치며 팀의 5-3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이날 선발은 대체 선발인 김건국이었고, 자연히 불펜 소모가 많은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였으며 실제 그랬다. 이처럼 불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전상현이 구세주로 나타났다. 5-3으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깔끔하게 정리한 전상현은 8회에도 두 명을 더 정리하고 최지민에게 바턴을 넘겼다. 5명의 타자 중에는 상대 1~4번 중심타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김 감독은 “임기영이 쉬는 날이어서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전상현이 아웃카운트 5개를 잡아준 게 정말 큰 힘이 됐다.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제구도 그렇고, 수직 무브먼트도 그렇고, 전상현도 스피드에 찍힌 것보다 종속이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조금 더 파울이나 스윙이 나오는 것을 보면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절치부심한 황대인도 1일 잠실 LG전에서 모처럼 선발 출전해 2루타 하나를 포함, 3안타를 때리며 활약했다. 2일 경기에서도 좌측 담장을 넘기는 데까지 1~2m가 모자란 대형 2루타를 때리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유인구에 스윙이 나오는 경우가 크게 줄었고, 정확한 콘택트에서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2루타도 좌‧우측으로 고르게 나왔고 타구 속도도 좋았다. 2군에 내려가기 직전에는 좀처럼 만들지 못했던 타구였다.
김 감독은 “타구 방향도 그렇고 스윙 메커니즘도 그렇게 무리한 큰 스윙은 없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렇게 정교한 타격을 하다 보면 장타력도 또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런 타격 자세와 스윙 메커니즘을 오랫동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2군의 땡볕에서 버티며 얻었던 깨달음이 앞으로 두 선수의 경력에 귀한 밑천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직 젊은 선수들이기에 더 그렇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