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유로 9년간 입대 미룬 男…병역 감면 신청했지만

훈련소 입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학업, 어머니 부양 등을 이유로 9년 동안 입대를 연기한 20대 남성이 현역병 입영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1-3부(고승일 부장판사)는 이날 A씨(29)가 인천병무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3년 병역 검사에서 신체 등급 2급 판정받아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분류됐지만, 학업을 이유로 4년 동안 입대를 연기했다.

2018년 재검에서 같은 판정을 받은 A씨는 또 3년 동안 입대를 미뤘다. 작년 4월에는 ‘생계유지 불가’ 사유로 인천병무지청에 전시근로역으로 편입해달라고 병역 감면을 신청했다.

그러나 인천병무지청은 같은해 9월 A씨의 이부형제 B씨에게 근로 능력이 있는 점과 친모가 B씨 명의의 사업을 운영하며 금융 계좌를 이용하는 점 등을 보면 생계가 곤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또 약 한 달 뒤인 10월 25일까지 현역병으로 입영하라고 통지했다.

전시근로역은 병역 검사에서 5급 판정을 받거나 군 복무 기간 동안 생계가 곤란할 경우 분류되는 병역 처분이다. 병무청에서 입영 대상자 가족의 재산과 월수입 등을 따져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전시근로역은 현역, 보충역, 예비군이 면제돼 민방위 훈련만 받으면 된다.

이에 A씨는 현역병 입영 처분이 부당하다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어머니가 암 수술받아 경제 활동을 할 수 없고, 이부형제는 1년 넘게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다. 부양 의사나 능력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도 친자로서 민법상 부양 의무자”라며 “이 사건 각 처분 당시 B씨는 390만원 상당의 월수입을 얻어 부양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어머니는 일상생활이 가능해 보이고, A씨도 어머니를 상시 간병하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며 “A씨는 지난 9년간 재학생 입영 연기, 대학 편입 예정, 자격시험 응시, 학점은행제 수강 등으로 수차례 입영을 연기하다 최대 연기 일수 2년(730일)을 소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더는 입영 연기가 불가능하자 생계유지 곤란을 이유로 병역 감면을 신청했다”며 “A씨는 음악가로 활동하면서 상당한 수입을 얻어 어머니의 생계를 지원하거나 대비할 기회가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