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찰 총격에 숨진 청년의 할머니 “폭력시위 멈춰달라” 호소
지난달 28일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프랑스 청소년 나엘(17)이 경찰 총격에 숨진 사건 후 프랑스 전역으로 번진 폭력 시위는 다소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과격한 폭력 사태가 지속되고 주변국으로도 확산되는 상황이다.
3일(현지 시각) 프랑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밤 사이 체포된 인원은 157명으로 하루 전(719명)보다는 줄었다. 하지만 지역별로 과격한 폭력 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파리 남부 도시 라이레로즈에선 뱅상 장브룬 시장 집에 차가 돌진하고 불이 나면서 배우자와 아이가 다쳤고, 북부 도시 릴에선 보건소가 불타 완전 파괴되기도 했다. 경찰도 3명이 다쳤다. 장브룬 시장은 “그들은 집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멈추기는 커녕 폭죽으로 공격을 했다”며 “그들이 집을 불태우고 싶어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시위가 도심 외곽 저소득층 주거 단지 ‘방리유(banlieue·외곽)’를 중심으로 시작되면서 정작 인종차별의 피해자들이 ‘폭력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의 희생양이 되는 것도 이번 사태의 특징이다. 가디언은 “프랑스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인 동부 보르니의 어린이에게 수년간 책과 만화, 조용한 숙제 공간을 제공하는 공공 도서관이 ‘국가 기반 시설을 파괴하겠다’는 폭동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가 낙후된 지역을 위해 지어준 시설들까지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되면서 그나마 이 지역에 생겼던 도서관·버스 정류장 등 필수 시설이 파괴됐다는 뜻이다.
피해자 유족 가운데서도 폭력 시위 자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숨진 나엘의 외할머니는 이날 프랑스 BFM TV 전화 인터뷰에서 “폭력을 멈추고 폭동을 일으키지 말라”며 시위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창문을 부수거나 학교나 버스를 공격하지 말라”며 “버스를 타는 것도 엄마들이며, 밖을 걸어 다니는 것도 엄마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엘은 죽었다. 내 딸아이는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잃었다”며 “내 딸은 더 이상 삶이 (의미) 없어졌다”고 했다. 사건이 벌어진 직후 나엘의 어머니는 규탄 시위를 주도했지만, 외할머니는 시위 자제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시위는 프랑스계 주민이 많은 주변국으로도 옮겨붙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1일 밤(현지 시각) 스위스 로잔에서는 100여 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로잔은 인구의 80% 정도가 프랑스어를 쓰는 도시다. 해당 시위도 프랑스 내에서 벌어지는 것과 유사하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벌어졌으며 화염병이 등장하는 등 폭력적인 양상을 보였다. 로잔 경찰은 “이번 시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직됐다며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폭력 시위에 자극받아 벌어진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폭력 시위가 다수 발생해 화재가 여러 건 발생하고 10여 명이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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