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비판’ 앵커 발언, 다시보기서 삭제한 KBS... 30시간만에 돌려놔
앵커가 “文, 침묵의 커튼 뒤에…”
논란 커지자 하루 만에 다시 살려
KBS가 시사프로그램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고대영 전(前) KBS 사장 해임 처분을 비판한 앵커 발언을 다시보기에서 삭제했다가 하루 만에 되살린 것으로 나타났다. KBS의 시청자 기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방송된 KBS1TV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박장범 앵커는 클로징 멘트로 “공영방송 사장을 불법 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 그리고 불법 해임과 관련됐던 여러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항의의 표시인지 침묵의 커튼 뒤에 숨은 이들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최근 대법원에서 문(文) 정부 시절 고대영 전 KBS 사장 해임 처분이 위법했다는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이었다.
방송 직후 KBS 홈페이지에 올라온 다시 보기에서 해당 발언을 볼 수 없게 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KBS는 ‘동영상 내용 문제로 다시보기를 중단한다’며 재생을 중단시켰다. 비(非)민노총 계열인 KBS노동조합(1노조)은 3일 “고 전 사장의 해임무효소송 최종 승소 관련 발언 때문에 동영상이 통째로 삭제된 것”이라며 “제작진이 고의로 영상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KBS는 방송 종료 후 30여 시간 만인 3일 오후 5시에 다시보기를 재개하면서, “박 앵커의 클로징 멘트에 대해 공정성과 균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규정에 따라 ‘다시보기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외부 모니터 요원의 지적이라면서 “(해당 발언이) KBS의 공식 입장인지, 기자 개인의 평가인지 듣기에 불편했고, ‘침묵의 커튼 뒤에 숨은 이들’이라고 특정 대상을 겨낭해 정치적 의사를 표출한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KBS노조의 허성권 위원장은 “과연 공정성의 기준이 무엇이냐”면서 “현재 KBS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민노총 간첩단’ 기사나 ‘뉴스9 앵커 화면 바꿔치기’ 등에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지, 현 경영진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 모니터링 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최철호 대표는 “지금까지 수많은 외부 단체와 모니터링 기구에서 KBS의 편파 방송, 불공정 사례를 지적했지만, KBS가 받아들였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해 동영상을 내린 행위는 국민 기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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