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서 범죄로…“사회적 손실 최대 4조 9천억 원” [탐사K] [‘약’한 사회, 마약을 말하다]

최준혁 2023. 7. 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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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약은 투약하는 당사자만 병들게 한다고 해서 흔히 '피해자 없는 범죄'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마약 범죄 판결문을 분석해보니 마약을 구하려고 범죄를 저지르거나 이후에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런 사회적 손실을 돈으로 따지면, 많게는 1년에 4조 9천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준혁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골목을 지나던 행인을 노려보다 갑자기 걷어찹니다.

수차례 이어진 폭행에 60대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가해 남성은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였습니다.

승용차 한 대가 질주하며 차량 6대를 잇달아 들이받습니다.

가해 운전자는 합성 대마를 흡입한 채로 차를 몰았습니다.

모두 7명이 다쳤습니다.

당시 사고를 당한 이 오토바이 운전자는 2년 넘게 재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환각 운전 사고 피해자 : "그때 당시에 (가해자가) 차 안에서 (합성 대마를) 했대요. 근데 그럴 거라고는 보통 생각을 못 하죠. 상상도 못 하는 일이었죠, 진짜."]

마약 관련 1심 판결 5천여 건 가운데 두 가지 이상 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천 3백여 명입니다.

그 중 31% 정도 4백 30여 명은, 마약과 다른 범죄가 직간접적으로 얽힌 경우였습니다.

범행 성격에 따라 더 자세히 봤더니, 마약을 하고 저지른 범죄와 마약을 구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 이른바 '퐁당 마약'처럼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마약을 사용한 범죄 순이었습니다.

특히, 환각이나 환청, 망상 상태에서 저지른 2차 범죄가 절반이 넘습니다.

[김OO/단약 1년 7개월/음성변조 : "제가 어떤 사람을 따라가고 있더라고요. 순간적으로 번쩍, 아차 하면서 '내가 또 뭐 하고 있던 거지?'"]

[김OO/단약 3개월/음성변조 :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또 이제 2차 범죄를 했었고.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거는 핑계일 수밖에 없고요."]

마약 사용이 개인만의 고통이나 피해를 넘어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2016년 기준, 마약류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이 이미 천 7백여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범죄까지 고려하면, 그 29배인 최대 4조 9천억 원까지 치솟습니다.

[조승현/경위/경기남부경찰청 마약수사계 :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옆에 있는 사람과 원치 않는 성범죄에도 연루되는 경우도 있고. 생각나는 대로 해버리는 거예요. 절제할 수 없는 거죠."]

2016년보다 마약이 더 대중화한 요즘, 사회적 손실 규모는 훨씬 커졌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약 중독 문제에 심각하게 대처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윱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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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혁 기자 (chun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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