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고 내리고 멈추고…중앙은행들의 통화 지휘법
물가·성장 등 놓고 ‘금리 저울질’
영국, 고물가 지속에 긴축 고삐
EU도 이달 중 추가 인상 사실화
중국, 경기부양 위해 인하 전환
일본·베트남은 대대적 완화정책
한국, 3회 동결…13일 결정 주목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올해 초까지 일제히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왔던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상승 압력, 경기 둔화 정도 등에 따라 정책 차별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연다. 호주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을 깨고 지난 5월과 6월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해 현재 연 4.1%까지 올려놓은 상태다. 이번달 금리 결정을 놓고도 동결과 추가 인상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호주의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6%로 4월(6.8%)보다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목표치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국 중 물가 상승 압력이 가장 높은 국가를 꼽으라면 단연 영국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5.0%로 0.5%포인트 올렸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8.7%에 달하는 등 긴축의 필요성이 여전히 큰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지난달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7월 추가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해 놓은 상태다.
미 연준은 지난달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면서도 한두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떨어지지 않아 물가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영미권 국가와 달리 아시아 국가에서는 완화적 스탠스로 옮겨가는 국가가 늘고 있다. 물가보다는 성장세에 정책 목표의 방점을 두는 쪽이다.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를 풀고 본격적인 경제활동 재개에 나섰지만 효과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가 커지면서 지난달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10개월 만에 인하했다.
일본은행(BOJ)은 역대급 엔저에도 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성장세를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벌써 4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2.5%포인트 인하했다. 베트남의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3.72%로 2011년 이후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이미 세 차례의 통화정책회의에서 동결을 결정한 상황에서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있다. 한은은 여전히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 이번에도 동결을 통해 물가와 성장세 등을 더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긴축 통화정책은 상당 기간 유지되겠지만 긴축의 추가 강화 또는 완화 여부는 국가별로 처한 상황에 맞게 결정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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