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현지에 가다]① 칠십 평생 바친 바다…“더는 희망이 없다”
[KBS 제주][앵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면이 바다인 제주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KBS는 임박해온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후쿠시마 현지 분위기와 함께, 대응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허지영 기자가 일본 후쿠시마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자리 잡은 일본 후쿠시마현 후타바 지역.
도로에 진입하자 전광판이 방사선량을 알립니다.
원전과 가까워지자 일부 구간 진입이 통제됐고, 오랜 시간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건물들이 눈에 띕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저마다 사고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2011년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약 4km 떨어진 지점입니다.
여전히 원전 인근 지역은 '귀환 곤란 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돼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달라진 건 마을 풍경만이 아닙니다.
4대째 조업해온 어민 오노 하루오 씨.
2011년 당시 쓰나미가 사고 지점으로부터 60여km 떨어진 이곳 마을까지 덮치면서 전 재산을 잃었습니다.
날마다 바다에 나가던 그의 일과도 원전 사고 뒤 커진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우려에 송두리째 망가졌습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약을 먹으며 버텨온 10년의 세월.
그에게 원전 오염수 방류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입니다.
[오노 하루오/어민 : "지금부터 괜찮아지겠다 싶은 시기에 이번에는 처리수를 방류한다고 하니 저희로서는 정말로 무엇을 위해 12년을 열심히 버텨왔는지 분합니다."]
가업을 잇는 세 아들과 젊은 어민들을 생각하면 덜컥 겁이 날 정도입니다.
[오노 하루오/어민 : "(우리가 잡은 생선을)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해서 먹였는데, 만에 하나 병에 걸리거나 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겁니까?"]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그에게 바다는 더이상 희망의 장소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노 하루오/어민 : "쌀 농사를 짓는 농부는 수확까지 1년이 걸리는데, 어부는 오늘 빈털터리라도 내일이 있다고 합니다. 어부는 꿈이 있는 직업이에요. 지금은 없습니다. 내일이 안 보입니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조하연
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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