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신앙교리성 장관, 교황 후계자 될까…“가톨릭 성추문 방관”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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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문제로 조기 퇴임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교황청 핵심 부서의 장관으로 최측근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대주교를 임명하면서 그가 자신의 후계자를 지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가톨릭 매체 크럭스는 편집장 칼럼에서 전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페르난데스 대주교를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발탁한 것에 대해 교황이 "교황청에 그의 라칭거를 심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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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칭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본명이다.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었던 베네딕토 16세를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임명한 뒤 자신의 뒤를 잇게 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페르난데스 주교를 같은 이유로 선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칼럼을 쓴 알렌 주니어 크럭스 편집장은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페르난데스의 유대감은 폴란드 출신인 요한 바오로 2세, 독일 출신인 라칭거보다 훨씬 더 깊다”고 전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2007년부터 친분을 이어 온 페르난데스 대주교가 교황이 중요한 교리 문제에 직면했을 때마다 비공식적인 조언자 역할을 하면서 그의 ‘신학적인 오른팔’로 불려 왔다고 설명했다.
신앙교리성은 교황청의 9개 심의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구로, 교리와 규율 등을 관장하는 곳이다.
크럭스 편집장은 일반적으로 교황청 장관직은 추기경이 맡기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음 시성식 때 페르난데스를 추기경으로 임명할 것이라는 예상이 널리 퍼져 있다”며 “만약 페르난데스가 정말 추기경이 된다고 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이 프란치스코와 함께 끝나길 원하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필연적으로 교황 후보로 간주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신임 장관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20년 동안 로마 가톨릭교회 내 성학대를 기록해 온 ‘비숍어카운터빌리티’는 전날 성명을 내고 페르난데스 대주교가 2019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대교구의 한 신부가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피고인 신부를 단호하게 지지했으며 피해자를 믿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신부는 그 해 12월 판사가 체포 명령을 내리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숍어카운터빌리티는 신앙교리성이 성학대 의혹을 처리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만큼 그를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당황스럽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스페인 가톨릭교회에서 지난 80년 간의 교회 내 아동 성학대 실태를 조사한 결과 피해 아동이 9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외에도 호주, 아일랜드, 프랑스, 포르투갈 등에서도 가톨릭교회 내 아동 성 학대 의혹이 불거져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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