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국평 10억도 살만하다?…“원자재값 더 오를것” 전망에 완판
6월 3만7천가구 분양 예정
실제 공급 1만 가구 밑돌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청약시장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공급 물량은 여전히 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부담과 미분양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건설업체들이 실제 공급한 아파트는 계획 대비 2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초만해도 47개 단지, 총 3만7733가구가 분양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절반도 안되는 17개 단지, 9766가구에 그쳤다. 앞서 지난 5월도 마찬가지였다. 계획대비 실제 아파트 공급물량은 22%에 그쳤다.
공급물량이 줄어들자 청약경쟁률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 수방사 부지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은 255가구 모집에 7만 2172명이 몰려 283대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2가구 모집에 나선 흑석리버파크자이 무순위 청약에는 93만4728건의 신청이 몰리면서 단일 단지 기준 최다 규모 신청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도 ‘국평(전용면적 84㎡) 기준 10억원 단지’에도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 ‘인덕원 퍼스비엘’은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0억7900만원으로 책정됐다. 분양 당시만 해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정당 계약 9일 만에 완판에 성공했다.
청약 평균 경쟁률도 오르는 등 시장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지만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원자재 가격 인상, 미분양 부담 등으로 건설사들의 ‘눈치보기’가 심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달 1일부터 쌍용C&E와 성신양회가 시멘트 가격을 톤당 14% 가량 인상했다. 쌍용 C&E는 톤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 성신양회도 10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올렸다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물량 증가도 건설사들에게는 부담이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달 전국 악성 미분양 주택 수는 889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6월 9008가구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일반 미분양 주택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악성 미분양 규모는 늘어나면서 건설사 등이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줄어드는 셈이다. 김은선 직방 매니저는 “일부 청약단지에서 ‘대박’을 치기는 하지만 결국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금 분위기에서 수요자들은 분양가나 입지 메리트를 꼼꼼하게 따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달의 분양 예정 단지’에 연속해서 이름을 올리는 단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동작구에 공급될 예정인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771가구)’나 송파구의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1265가구)’는 지난 6월에도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이달의 분양 예상 단지에 다시 포함됐다. 1957가구 규모 광명센트럴아이파크(경기도 광명시) 역시 마찬가지다.
분양이 미뤄지면서 이미 이주한 기존 소유주들의 부담도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이 최종적으로 끝나면 입주와 조합 해산을 거쳐야하는데 이 시점이 미뤄진다는 건 그만큼 그 기간 동안 비용이 더 나간다는 것”이라며 “이미 이주가 시작된 단지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장 분위기 악화 원인이 외부 요인인만큼 당장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연구위원은 “전임 정부 시절에는 인·허가를 얻지 못해 사업을 못했다면 지금은 들어가는 돈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아예 사업에 나서지 않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분양을 진행했을 때 결과가 좋다면 분양을 하겠지만, 지금의 외부요인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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