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잡아 물가 안정?…시민들 ‘콧방귀’
소비자들 “별 도움 안 될 것”
인하 폭 적고 품목도 제한적
“정부의 생색내기” 목소리
“라면 공급가격이 50원 내렸다고 판매가를 100원 낮출 수는 없잖아요.”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분식집 점주 김모씨(60)가 라면 판매가를 낮출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식당에는 ‘라면 3000원’이라는 가격표가 걸려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15년 동안 이 가격을 유지해왔는데 남는 게 없었다”며 “전기료도 오르고 있어 오히려 가격을 올려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의 다른 분식점 주인 A씨도 “(값을 내리기에는) 식자재비가 안 오른 게 없다. 밀가루 가격도 도매로 떼가는 대기업은 몰라도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내려가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가 ‘라면 가격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후 농심·삼양·오뚜기 등 식료품 업계 기업들은 지난 1일부터 일부 라면의 가격을 5%가량 인하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가격이 내린 상품들의 할인 폭이 적고 그나마도 품목이 제한된 탓에 ‘정부의 생색내기’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자취를 하는 대학생 이모씨(24)는 매주 2~3끼를 라면으로 때우지만 최근 라면값 인하 소식을 듣고도 반갑지가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주로 먹는 라면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때는 몇백원씩 올리면서 내릴 때는 일부 제품만 찔끔 내리고 있다”며 “자취방 월세는 올해도 5만원 올랐다. 택시요금 등 인상으로 교통비 부담도 커진 상황에서 라면값 인하가 (생활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정모씨(45)는 “소비자로서는 가격이 낮아지면 좋지만 라면값만 내려서는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기영씨(33)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가격이 10~20%는 오른 것 같다”면서 “원자재 가격이 낮아졌으면 당연히 그와 관련된 품목 가격을 인하하는 게 맞는데 (가격 인하가) 무슨 대단한 일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바람처럼 라면 외 다른 식품으로 가격 인하가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여름철 주 소비품목인 아이스크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다 커피와 원유 가격 등도 줄줄이 인상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02로 지난해 동월보다 5.9% 올랐다.
하준성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라면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고, 인기 상품보다 비인기 상품 위주로 가격이 내렸기 때문에 장바구니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정부가 기업에 심리적인 압박을 줄 수는 있겠지만 개별 상품 가격에 개입할 수는 없어서 다른 상품에까지 가격 인하가 확대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세훈·윤기은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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