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만물상]
1965년 미국 화학자 제임스 슐래터는 위궤양 약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화학물질을 합성해 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 종이를 집은 뒤 다시 손가락을 혀로 가져가는 순간 엄청난 단맛을 느꼈다. 그는 종이에 묻어 있던 화학물질이 뭔지 알아보았다. 아스파탐(Aspartame)이라는 인공감미료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200배 가까이 강한 단맛을 낸다. 그러나 칼로리가 거의 없다. 그래서 ‘제로’가 붙은 무설탕 음료, 막걸리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처음에는 아스파탐도 사카린처럼 유해성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197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가정은 물론 기업들도 식품에 쓸 수 있게 승인했다. 한국 포함 200여 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제한량 이내로 섭취하면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오는 14일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IARC는 화학물질 등에 대해 암 유발 여부와 정도를 다섯 군으로 분류·평가한다. 1군은 ‘인체에 발암성이 있는’ 물질로 술·담배와 석면, 햄·소시지 등 가공육이 들어 있다. 그 바로 아래인 2A군은 살충제(DDT) 등 ‘발암 추정’ 물질이다. 아스파탐이 들어갈 2B군은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암연구소는 지난 1990년 커피를 2B군으로 분류했다가 2016년 제외한 적이 있다.
▶국제기구와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리니 소비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14일 국제암연구소 외에 유엔 산하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도 아스파탐의 안전 소비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이다. 국제암연구소가 물질 자체만 보는 원리주의자라면, JECFA는 그 물질을 식품으로 섭취했을 때 위해 정도를 보는 현실주의자라고 한다. 이 때문에 식약처와 전문가들은 JECFA 발표에 더 주목하고 있다. JECFA는 아스파탐에 대해 1980년에 안전성을 인정하면서 일일 허용량(40mg/kg 이하)을 제시한 적이 있다. 비슷한 발표가 나면 국제암연구소 분류는 ‘해프닝’이 될 것 같다.
▶무조건 좋은 식품, 무조건 나쁜 식품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에는 미량이나마 발암 물질, 독성 물질을 들어 있다고 한다. 사카린과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는 비만이나 당뇨 환자에게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 식품일 수 있다. 그 식품의 효용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너무 엄격한 기준치만 적용하면 세상에 먹을 음식이 얼마나 남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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