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어도 그대로…‘나홀로 승강기 점검’ 현장은?
[앵커]
지난달 홀로 승강기를 수리하다 떨어져 숨진 20대 노동자가 남긴 말은 "혼자서는 못 하겠다"였습니다.
사고 뒤 중대재해법을 위반했는지 수사가 시작됐는데 그럼 현장에서 일하는 여건은 달라졌을까요?
황다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년 경력의 승강기 수리기사 김모 씨, 장비를 짊어지고 홀로 작업 현장으로 향합니다.
[김OO/승강기 수리기사/음성변조 : "가방이... 10kg에서 한 15kg."]
한 층씩 내려 갈 때마다 온몸이 덜컹거립니다.
[김OO/승강기 수리기사/음성변조 : "각층의 도어 개폐 장치에 대한 이상 유무를 점검하면서..."]
컴컴한 통로에서 의지할 거라곤 안전벨트와 안전봉 뿐.
[김OO/승강기 수리기사/음성변조 : "오래된 승강기 같은 경우에는 한 줄로만 되어있거나 아예 난간대가 없는 현장도 있습니다."]
사방이 위험인 작업 환경, 지켜봐 줄 누군가가 절실합니다.
[김OO/승강기 수리기사/음성변조 : "2명이 (아파트 단지에) 들어오긴 하는데 각각 1대씩 점검하고요..."]
고장 수리 때는 혼자 장비를 옮기면서 사고 원인을 찾아 수리하고, 민원도 받아야 합니다.
점검 작업 중에도 고장 신고가 들어오면 다른 승강기로 이동해 꼭대기 층에 있는 기계실부터 방문해야 합니다.
20층으로 올라오는데 걸린 시간만 10여 분, 그만큼 업무강도는 세지는 겁니다.
할당량을 채우려면, 눈으로만 점검해야 하는 날도 있습니다.
[김OO/승강기 수리기사/음성변조 : "1인이 안에서 대기를 하고 있고, (밖에서) 수동운전으로 해 내린 다음에 또 한명이 (근데 지금 한 명밖에 없는데 어떻게...?) 일단 오늘은 육안 점검으로..."]
이 업체에선 지난달 20대 노동자가 홀로 승강기를 수리하다 숨졌습니다.
경찰은 업체를 압수수색하고,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선 노동자들이 나홀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다옙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한효정
[앵커]
이 문제 취재한 황다예 기자와 이야기 좀더 나눠보겠습니다.
나홀로 작업을 하다 추락사가 발생했는데 현장에서 달라진 게 없단 건데,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가요?
[기자]
일단 행정안전부 고시 승강기 안전 관리 규정에는 '2인 1조' 작업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위반해도 처벌 규정도 없는데다, 2인 1조가 뭘 단위로 하는 건지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그저 '점검반을 2명 이상으로 구성한다'고만 해둬서 회사 측은 '아파트 한 단지당' 2명이면 된다, 노동자들은 '승강기 한 대당' 2명이어야 한다, 해석이 다릅니다.
[앵커]
승강기 한 대, 하고 아파트 단지 한 곳은 차이가 너무 큰 것 아닙니까?
행정안전부는 뭐가 맞다는 입장인가요?
[기자]
한마디로 입장이 없습니다.
KBS가 행안부에 '승강기 2인1조'의 작업 범위를 물었더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정부가 유권해석을 안해주고 노사가 실랑이하는 사이, 안전 사고는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정진우/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 "기업체들 이야기 들어보면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야 알 수가 없다. 구체적인 역할을 명확하게 부여해주는 것이 그게 올바른 대책이죠."]
[앵커]
황 기자가 직접 현장 취재를 했잖아요?
둘러보니 안전관리 환경, 어떻던가요?
[기자]
승강기 작업 환경을 직접 본 건 저도 처음이었는데요.
일단 어둡고 좁은 데다 상시적으로 추락 위험이 있고, 확인해야 할 항목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산업안전법 관련 규칙에선 승강기 관련 작업시 '지휘하는 사람'을 선임하라고 규정했습니다.
작업자 외에 추가 인원이 필요하단 겁니다.
이 법을 근거로 나홀로 승강기 작업중 사망한 사건에서 '지휘자'가 없었다는 이유로 사측에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승강기 수리기사의 안타까운 추락사가 또 반복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안전관리 기준을 신속하게, 명확하게, 만들어서 현장에서 반드시 준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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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다예 기자 (all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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