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처럼 살아" 그 원장 폭언…괴롭힘 신고도 못 한다 (풀영상)
<앵커>
직원 숫자가 5명이 되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한 313만 명쯤 됩니다. 전체 노동자 6명 가운데 1명꼴인데, 문제는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근로기준법 대상에서 이들이 일부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소규모 영세업체들을 고려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부당한 일을 겪어도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실태와 해결을 정반석 기자 정준호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정반석 기자>
지난해 경기도의 한 필라테스 학원에서 일했던 강사 A 씨, 원장의 폭언과 따돌림에 시달렸다고 말합니다.
[A 씨/필라테스 학원 강사 : 그 머리로 대학교를 어떻게 나왔냐, 싸가지가 없다, 사회 부적응자냐, 가정교육을 덜 받았냐 뭐 이런 막말을 하고. 회원들 있을 때도 저를 따돌리면서 "말 걸지 말라고 했잖아"]
동료 강사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같은 필라테스 학원 강사 : 회원님들 있을 때도 야, 너, 뭐 이러는 것도 있고, 그냥 소리 지르는 건 다반사였어요. 정신과를 갔다 왔는데 사람 구할 때까지 있겠다 하고 약을 먹으면서….]
폭언 정도는 갈수록 심해져 A 씨가 항의했더니, '기생충처럼 살아라', '임대주택 벗어나려면 정신 차려라' 등 더 심한 메시지로 돌아왔습니다.
[A 씨/필라테스 학원 강사 : 돈 없다고 무시하는 발언들이 저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같이 욕하는 걸로 들려서 많이 속상했습니다. 너무 화나서 손도 떨리고 그런 감정을 처음 느껴봤거든요.]
A 씨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려 했는데, 방법이 없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다 보니 이들은 신고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4명 중 3명은 직장 내 괴롭힘에 침묵한다고 답해, 전체 평균보다 더 높았습니다.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영세 소규모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 이유인데, 노동자들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이 전체 사업장에 적용되듯, 사업장 규모가 괴롭힘을 판단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김세경, 영상편집 : 전민규, CG : 김문성·이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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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기자>
지난해 말 서울의 한 투자회사에 취업한 B 씨.
등록 직원 수는 4명뿐이었지만, 매출 3조 원대 기업의 자회사였던 만큼 B 씨는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B 씨는 입사 석 달여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B 씨/해고 피해자 : 우리가 이제 펀드를 만들려고 하는데 너의 능력이 부족해서 이 업무에 쓸 수 없으니 이제 나가주라고..]
갑작스러운 해고에 항의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B 씨/해고 피해자 : 오전에 상담을 했는데 1시간 내로 짐을 빼서 나가라고 하시더라고요. 보안을 운운하시면서.]
'5인 이상' 사업장이었다면 해고는 서면으로 이뤄져야 하고 해고 사유도 명시해야 합니다.
부당 해고라고 생각되면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도 가능하지만, 5인 미만의 경우 아무 권리가 없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10명 중 2명은 의지와 무관한 실직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과 비교하면 3배나 높은 수치입니다.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들의 중소 사무실에서 이런 허점을 더 악용하기도 합니다.
가족 명의를 이용해 5인 이상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쪼개는 사례도 적발되고 있습니다.
[신하나/변호사 (직장갑질 119 5인 미만 사업장 특별위원장) : 해고 조항이 본인들한테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계시기 때문에 쉽게 이제 해고를 하시고. 괴롭힘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경우도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괴롭힘과 해고 이슈는 굉장히 밀접하게 닿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IT를 중심으로 소규모 사업장 형태는 갈수록 다양해져 '소규모는 곧 영세'라는 접근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기본권 보장을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사노위에서는 아직 연구 보고서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이달 중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인데, 최소한의 인격권 보장이나 휴가 사용, 모성 보호 조항 등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박진호·조창현, 영상편집 : 박지인, CG : 이재준)
정반석 기자 jbs@sbs.co.kr
정준호 기자 junho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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