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광물’ 심해 채굴 초읽기
심해 생태계 파괴 우려도 커
본격적인 심해 광물 채굴 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엔 산하 해양 규제기관인 국제해저기구(ISA)가 오는 9일(현지시간)까지 심해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으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심해 채굴 면허 신청을 하고 바다 깊은 곳에서 본격적인 채광에 나서게 된다.
심해에는 전기차,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필수 요소인 리튬을 비롯해 희토류, 코발트 등 신산업에 필요한 주요 광물이 대량 묻혀 있다. 녹색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광물을 심해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기대와 미지의 영역인 심해 생태계가 파괴돼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ISA는 과도한 심해 채굴이 해양오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정선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부터 규제안 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2021년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공화국은 “ISA가 2023년 6월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으면 바로 심해 채굴에 나설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ISA가 오는 9일까지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으면, 각국 정부나 기업들은 심해 채굴 면허 신청을 ISA에 할 수 있다.
각국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망간, 니켈, 코발트 등 40여종의 금속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망간 단괴’다. 망간은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전지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재료다.
심해 채굴 찬성론자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40년까지 세계가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인 니켈은 현재보다 19배 많은 4800만t을 채굴해야 한다고 추정했다.미국 지질청은 심해에 약 3억4000만t의 니켈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육지 매장량 추정치의 3배가 넘는 수치다.
문제는 아직 미지의 영역인 해저를 함부로 파헤치면 생태계 전체를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채굴로 심해가 손상되는 것을 넘어 소음, 진동, 광공해로 해양생물의 삶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또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퇴적물이 일부 해양생물을 질식시키거나 산호와 같은 해면생물의 터전을 망가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채굴 과정에서 사용되는 연료나 기타 화학물질이 누출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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