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커지는 ‘임신중지 반대론’ 왜?
미국 대법원발 나비효과
미 보수 기독교단체 입김
미국에서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이후 지난 1년간 아프리카에서도 임신중지 반대론이 대두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현지의 미국 기반 단체들이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임신중지 반대 캠페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임신중지 허용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아프리카 각국 의원들에게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우간다·말라위·에티오피아 등 기독교가 주류인 국가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일례로 기독교계 비영리단체 패밀리워치인터내셔널은 지난 4월 우간다 대통령실에서 국회의원 등을 만나 보수적인 ‘가족적 가치’를 옹호했다. 이 단체는 에티오피아에서 성폭력·근친상간 등일 경우 임신중지를 허용한 법안까지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 기반 기독교 단체 휴먼라이프인터내셔널 역시 “여러분 덕분에 말라위가 합법적 임신중지로부터 안전하다”며 임신중지의 제한적 허용을 반대하는 로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케냐·탄자니아·르완다 등 동부 아프리카에서도 성폭력·근친상간 혹은 건강상 위험이 있을 경우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법 조항을 문제 삼아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1년 전 미 연방대법원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50년 만에 뒤집히면서 힘을 얻었다고 AP는 전했다. 근래 아프리카 국가들은 임신중지권을 조금씩 확장해가는 추세였다. 시에라리온은 ‘여성의 성적·재생산적 건강권이 뒤집히거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의 임신중지는 비범죄화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베냉은 2021년부터 임신이 ‘여성 혹은 태아의 이익과 양립할 수 없는 물질적·교육적·직업적 또는 도덕적 고통을 악화시키거나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임신중지를 허용했다. 학생이 임신으로 학교를 그만둘 위험이 있는 때에도 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하면서 아프리카에서 가장 폭넓게 임신중지를 합법화했다.
그러나 미국의 상황 변화가 아프리카의 진전에 역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이 재생산 보건 분야의 가장 큰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안전한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아프리카 여성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리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간다의 한 인권감시단체는 “임신중지를 지지하는 이들이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으며, 일부 여성들은 자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의 한 활동가는 외부인들이 임신중지 반대를 부추기고 있다며 “미 대법원 판결이 그들의 연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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