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태운 무슬림, 3명중 1명은 10대였다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알제리계 청소년 나엘 메르주크(17)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데 따른 프랑스 이민자들의 '분노 시위'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5년 무슬림 청년들이 일으켰던 이민자 2세 소요 사태 이후 18년 만에 프랑스의 민낯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프랑스가 이민을 받아들인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무슬림 이민자 2세들이 주류사회에 섞이지 못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어 이민 확대를 논의하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한 분노 시위는 6일째인 2일(현지시간)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폭력 사태 격화를 막기 위해 4만5000여 명에 달하는 경찰 병력과 함께 장갑차와 헬리콥터 등 중장비까지 투입했지만 시위를 완전히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일 기준 시위 참여자 중 3000여 명이 체포됐고 건물 화재와 파손, 약탈 등을 포함해 2500여 건의 피해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 닷새 동안 벌어진 시위로 인한 피해 규모가 아프리카계 이민자 출신 10대 청소년 2명의 사망이 촉발한 2005년 폭동 때보다 더 크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들 2명은 경찰 검문을 피해 변전소 담을 넘다가 감전사했으며 이에 격분한 무슬림 청년들은 3주간 프랑스 전역에서 공공건물에 방화하고 약탈하며 소요 사태를 이어갔다. 결국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05년 사태 재연을 막기 위해 이달 2~4일 예정됐던 독일 국빈방문 일정까지 연기했다. 하지만 분노 시위가 완전히 잠잠해질 때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위 동참을 독려하는 게시물이 무분별하게 퍼져나가면서 시위 참여 인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시위 참가자 30%는 10대 청소년으로, SNS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접하고 거리로 뛰쳐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메르주크가 경찰 총에 맞는 장면을 촬영한 목격자 동영상이 SNS에 공개되면서 대중의 분노는 폭발했다. 이번 시위 사태는 이웃 스위스를 비롯해 중남미 기아나, 카리브해의 마르티니크섬, 서인도양의 레위니옹섬 등 전 세계 프랑스어권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트위터와 스냅챗, 틱톡 등과 같은 SNS 기업들과 소통하며 폭력 사태를 장려할 수 있는 게시물을 삭제 조치하고 있다.
이번에 폭력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은 무슬림 이민자 2세를 중심으로 프랑스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소외감과 백인 주류로부터 차별받고 있다는 인종 갈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다만 프랑스 폭력 사태를 촉발한 이민자 상황은 한국과 다르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유독 무슬림 이민자가 많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력 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모로코, 튀니지, 알제리 출신 등을 대거 끌어들였다. 이들은 높은 출산율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인구 증가에 기여했지만 고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프랑스 사회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빈곤층으로 남아 주류사회와 동화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톨레랑스(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무슬림 이민자도 대거 포용했지만, 정작 무슬림 당사자들은 본인 종교와 문화를 고수하면서 주류사회에서 소외됐다.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2005년 소요 사태 이후에도 20년 가까이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프랑스 한 독립 인권감시단체의 2017년 연구 조사 결과 아프리카계 흑인이나 아랍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다른 인종보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릴 확률이 2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질적인 종교·문화 갈등을 겪는 프랑스와 달리 한국은 종교 갈등이 심각하지 않다. 또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이민 확대 논의를 막 시작했다. 특히 이민자 가운데 무슬림 비중이 높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태국과 베트남, 필리핀은 각각 불교와 유교, 가톨릭 문화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일민족 관념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이민자들의 가치를 포용하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다문화사회로 순조롭게 정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사회 통합을 염두에 두고 이민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박민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머리가 없어졌다”…호텔 객실서 남성 시신 발견, 일본 ‘발칵’ - 매일경제
- “10년만 버티면 법에서 없던 일”…이러니 수십억 세금 안낸다 - 매일경제
- [단독] “불결해서 도저히”...입 대기도 쉽지 않은 ‘곰팡이 캔’ 맥주 논란 - 매일경제
- 제주 땅 사들인 중국인 ‘400억’ 이득...송악산 논란 일단락 - 매일경제
- “이러다가 100만원 가겠다”…테슬라 달리자 불붙은 이차전지株 - 매일경제
- “만져주면 담배 사다 줄게”…담뱃값에 팔리는 10대의 性 - 매일경제
- ‘캐스퍼값’에 SUV 팔더니 대박…‘2천만원대’ 갓성비에 쉐보레 후광효과 [카슐랭] - 매일경제
- “식당은 밥값 안 내리나요?” 가격 인하 소식에 자영업자 한숨만 - 매일경제
- “교통비 부담 커지겠네”…이르면 8월 말부터 서울 버스 지하철 요금 300원 인상 - 매일경제
- ‘Here we go!’ 직전인가? 이강인, PSG 미디컬 테스트 완료…구두 합의 완료, 이적 사인만 남았다 -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