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해야 분위기 더 좋아지는데"…5위 탈환에도 자책한 캡틴의 무게
[스포티비뉴스=울산, 김민경 기자] "내가 잘해야 팀 분위기가 더 좋아질 수 있다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33)은 올해 생애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찼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시작점이었던 2015년에는 친구 정수빈(33)과 함께 팀의 막내로 그라운드를 누볐는데, 어느덧 베테랑이 됐다. 황금기를 함께했던 선배들인 김재호(38) 양의지(36) 김재환(35) 등은 이제 리더의 자리에서는 한 발 뒤로 물러났고, 이제는 허경민이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로 형들의 몫을 물려받았다.
여러모로 신경 쓸 게 많은 시즌에 허경민이 주장을 맡은 것은 사실이다. 올해를 맞이하면서 이승엽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이 대거 교체됐고, 선수단도 훨씬 젊어졌다. 선수단이 젊어졌다는 것은 곧 경험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그아웃에서도 그라운드에서도 후배들을 챙길 일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선수단을 끌고 가면서 개인 성적까지 챙기는 일은 쉽지 않다. 주장은 본인 성적이 안 나더라도 팀을 위해서는 언제든 앞장서서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하기에 희생이 따르는 자리다. 허경민은 올 시즌 6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7(23타수 62안타), OPS 0.679, 2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만족하기는 어려운 성적표다.
그래도 초보 주장은 팀을 챙기는 일을 잊지 않았다. 타선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는 바람에 6월 성적 10승14패 승률 0.417에 그쳤을 때도 허경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 사기를 위해 애를 썼다.
선발투수 곽빈(24)은 "지금 날이 많이 더운데 야수 형들은 경기 끝나고 항상 홈에서 따로 연습한다. 많이 덥고 힘든 것 같은데, 그래도 분위기는 좋다. 계속 (허)경민이 형이 잘 이끌어 주셔서 우리도 믿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고, 2루수 강승호(29) 역시 "주장 경민이 형을 중심으로 선수단 모두가 웃으면서 최대한 분위기를 밝게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1루수 양석환(32)은 "(순위표에서) 밑을 보면 가깝지만, 위도 가깝다. 밑에보다는 위를 보자고 경민이 형부터 (양)의지 형, (김)재환이 형, (김)재호 형이 많이 얘기해주고 있다"며 전반기 안에 5할 승률을 회복하기 위해 다 같이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경민은 주장에게 공을 돌린 후배들의 목소리를 전해 들은 뒤 "내가 잘해야 팀 분위기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동료가 다 같이 힘드니까. 한마디라도 더 장난스런 말을 하면서 분위기를 풀려고 했던 것 같다. 동료들이 그렇게 생각하니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주장이 되고 팀 승패에 책임감이 더 커졌다. 허경민은 "(내 성적보다는) 팀 승리가 더 많이 와닿는 시즌인 것 같다. 이제 시즌 절반 정도 온 것 같은데, 내가 생각했던 수치(성적)는 아니지만 1승 1승 최선을 다할테니 끝까지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허경민은 2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0-0으로 맞선 5회초 1사 만루 기회에 좌전 2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으며 4-2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허경민은 선취점을 뽑은 상황과 관련해 "근래에 안타 하나가 귀한데, 그래도 만루 상황에서 귀한 안타가 나와서 개인적으로 의미 있게 한 주를 마무리한 것 같다"고 안도했다.
덕분에 두산은 시즌 성적 35승36패1무로 승패 마진을 -1까지 줄이면서 6위에서 5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3위 NC 다이노스(36승34패1무)와 1.5경기차, 4위 롯데 자이언츠(36승35패)와는 1경기차다. 6위 키움 히어로즈(36승39패2무)와도 1경기차에 불과하지만, 허경민은 동료들이 위를 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허경민은 "모두 다 잘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힘들어도 힘을 합치다 보면 좋은 시즌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금 투수들에게는 너무 고맙다. 전반기 남은 경기와 후반기는 타자들이 더 분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지금 투수들에게 잘 던져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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