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폭력 부추겨”…6일째 불태우고 약탈 ‘이 나라’ 무슨일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7. 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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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격화에 쇼핑몰 등 피해 2500여건
‘시위 동참’ 독려하는 게시물 일파만파
佛정부, 폭력 조장 SNS 게시글 삭제 나서
활동가들 “인종차별이 이번 사건 원인”
이민자들, 종교 등 이유로 ‘주류사회 소외’
경찰 검문을 피해 도주를 시도한 알제리계 나엘 메르주크(17)의 총격 사망이 촉발한 대규모 ‘분노 시위’가 이어진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군 특수부대가 파리 개선문 인근에서 시위에 대비해 순찰을 하고 있다. [EPA = 연합뉴스]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알제리계 10대 청소년 나엘(17)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데 따른 프랑스 이민자들의 ‘분노 시위’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5년 무슬림 청년들이 일으켰던 이민자 2세 소요 사태 이후 18년만에 프랑스의 민낯이 다시 한번 낱낱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시위 사태가 급속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과격해진 주요 원인으로 SNS를 지목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한 분노 시위는 6일째인 이날까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폭력사태 격화 방지를 위해 4만5000여 명에 달하는 경찰 병력과 함께 장갑차와 헬리콥터 등 중장비까지 투입했지만 시위를 완전히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날 기준 시위 참여자 중 3000여명 이상이 체포되고 건물 화재와 파손, 약탈 등을 포함해 2500여 건 이상의 피해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佛 폭력시위’ 니스서 폭발물 피해 도망가는 시위자들 [AFP=연합뉴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 5일 동안 벌어진 시위로 인한 피해 규모가 아프리카계 이민자 출신 10대 청소년 2명의 사망이 촉발한 2005년 폭동 때보다 더 크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들 2명은 경찰 검문을 피해 변전소 담을 넘다가 감전사했으며 이에 대해 격분한 무슬림 청년들은 3주간 프랑스 전역에서 공공 건물들을 방화하고 약탈하며 소요 사태를 이어갔다. 결국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05년 사태의 재연을 막기 위해 이달 2~4일 예정됐던 독일 국빈방문 일정까지 연기했다. 하지만 분노 시위가 완전히 잠잠해질 때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SNS를 통해 시위 동참을 독려하는 게시물이 무분별하게 퍼져나가면서 시위 참여 인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시위에 참여한 대다수는 10대 청소년들로, SNS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접하고 거리로 뛰쳐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니엘이 경찰 총에 맞는 장면을 촬영한 목격자 동영상이 SNS에 공개되면서 대중의 분노는 폭발했다.

시위대 공격 받은 라이레로즈 시장과 취재진 만나는 佛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시위대는 이날 새벽 1시30분 파리 남쪽에 위치한 도시 라이레로즈 시장 빈센트 장브런의 자택에 차를 타고 돌진하며 불을 질렀다. 5살, 7살 아이들을 데리고 뒷마당으로 달아나던 시장의 아내가 다리에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장브런 시장은 성명을 내고 “(시위대가) 집에 불을 내서 위층에서 자고 있던 가족들을 죽이려다가 차에 불이 붙었다. 어젯밤 공포와 불명예가 극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 어느 때보다 과격하고 폭력적인 시위가 계속되자 피해자 나엘의 할머니는 “손자를 핑계 삼지 말라”며 시위 중단을 호소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자 “청소년의 죽음을 이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대응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SNS가 프랑스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시위와 폭력 행위를 장려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시위와 관련한 무분별한 SNS 게시물 삭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트위터와 스냅챗, 틱톡 등과 같은 SNS기업들과 소통하며 폭력 사태를 장려할 수 있는 게시물들을 삭제 조치하고 있다. 2일 자정 주요 부처 장관들과 긴급대책회의를 진행한 마크롱 대통령은 4일에는 시위가 벌어진 220여개 시(市) 시장들과 만나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佛 폭력시위’ 마르세유서 경계근무 서는 폭동진압 경찰들 [AFP=연합뉴스]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폭력 사태가 프랑스 내부의 고질적 문제인 ‘이민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서 촉발됐다고 지적한다. 2005년 폭동 이후 달라진 게 전혀 없다는 불만이다. 프랑스 한 독립 인권 감시단체의 2017년 연구조사 결과 아프리카계 흑인이나 아랍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다른 인종보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릴 확률이 2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무슬림 이민자수가 많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력 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모로코·튀니지·알제리 등 출신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이들은 높은 출산율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인구 증가에 기여했지만 고등교육 중요성을 강조하는 프랑스 사회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빈곤층으로 남아 주류 사회와 동화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는 또 ‘톨레랑스(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무슬림 이민자들도 대거 포용했지만, 정작 무슬림 당사자들은 본인 종교와 문화를 고수하면서 주류 사회로부터 소외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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