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칼럼]'이권 카르텔'과 싸우는 대통령님, 검찰 카르텔은요?
안녕하세요, 저는 ‘검찰티콘’입니다. 검찰티콘이 뭐냐고요? 에이, 최신 트렌드에 어두우시군요, 분발 좀 하셔야겠어요. 대검찰청이 최근 카카오톡 검찰 채널을 통해 배포한 이모티콘이랍니다. 검찰을 상징하는 남녀 캐릭터와 함께 ‘국민을 섬기는 검찰’ ‘정의롭군요’ ‘진실’ ‘검모닝(검찰+굿모닝)’ 등의 문구가 담겨 있어요. 2만5000개를 배포했는데 10분 만에 소진돼 2차로 1만개를 더 배포했답니다. 검찰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검찰의 존재감이 이렇게 커진 건 역시 윤석열 대통령님 덕이겠죠? 검찰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통령님께선 꾸준히 검찰 출신을 중용하고 계십니다. 대통령실(비서관급 이상)에만 검찰 출신이 7명입니다. 인사기획관, 총무·인사·공직기강·법률·국제법무비서관, 부속실장이요. 내각에는 법무부·국토교통부·국가보훈부 장관이 있습니다. 통일부 장관은 떠나지만, 대신 장관급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이 왔죠. 차관급은 더 많아요. 금융감독원장, 법제처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권익위 부위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참, 10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 중에도 검사 출신이 있습니다. 중도에 그만뒀다고 빠뜨리면 섭섭해하겠죠? 조상준 전 국정원 기조실장, 정순신 변호사(국가수사본부장 낙마) 얘깁니다.
대통령실은 아직도 검찰 출신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김홍일 권익위원장 내정 후 핵심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검사 출신이 많다는 이야기가 타당한지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월요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는 검사 출신이 한 명도 없어 불편할 때도 있다. 수사 관련 보도·현안이 많은데 참석자 중 검사 출신이 없으니까….” 비서관 가운데 많아도 수석 중엔 없다는 말이죠. 그런데 수사 관련 사항을 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논의해야 하는지 궁금해지네요.
대통령님은 요즘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에 진심입니다. 3일 신임 차관들과 오찬에서 “우리 정부는 ‘반(反)카르텔 정부”라며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9일 대통령실 비서관 중 차관 내정자들과 만나서도 “약탈적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맞서 싸워달라. 정당한 보상으로 얻어지는 권리와 지위가 아닌, 끼리끼리 카르텔을 구축해 획득한 이권은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권 카르텔에 대한 그의 관심은 사실 오래됐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 “오랜 세월 집권해 이권을 나눠 먹은 카르텔 기득권 세력을 박살 내겠다”(2022년 2월)고 밝혔습니다. 취임 후엔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기득권 이권 카르텔을 확실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지난 3월), “개혁은 언제나 이권 카르텔의 저항에 직면하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겠다”(지난 5월)고 했어요. 최근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논란과 관련해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쯤에서 의문을 갖는 분이 생길 겁니다. ‘지금 가장 강력한 이권 카르텔은 검찰 아닌가?’ 법무부·검찰청 외에 금융·통일·정보·인권·연금 분야까지 검사 출신이 진출하고, 이들 대부분이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이거나 대통령님과 개인적 인연을 맺고 있으니까요. 검찰 시절 한동훈 장관은 대통령님을 ‘석열이 형’으로, 대통령님은 김홍일 권익위원장을 ‘형’이라 불렀다지요.
착각하지 마세요. 대통령님 말씀을 새겨보세요. “정당한 보상으로 얻어지는 권리와 지위”는 이권 카르텔과 무관합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명언을 남겼잖아요. “(대통령이) 입시 수사를 여러 번 하면서 깊이 있게 고민하고 연구해서, 제가 많이 배우는 상황”(이 부총리), “대통령은 조국 일가 사건을 수사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박 의장). 대통령님 본인이 후보 시절 이야기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 26년 검사 생활을 하며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2021년 9월) 수사 좀 해본 검사들은 무불통지(無不通知)·무소불위(無所不爲)랍니다. 검찰은 카르텔의 예외입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도 검찰(및 검찰 출신)은 이권 카르텔 척결에 매진하겠습니다. 저희를 믿고 좋은 아침 맞으세요. 검모닝! 윤모닝(윤 대통령+굿모닝)!
김민아 칼럼니스트 ma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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