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프랑스의 이민자 시위
프랑스 이민인구는 전체의 10%로 독일(16%)보다 적고, 낮은 사회경제 지위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민자 소요 사태는 독일보다 프랑스에서 빈번하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북아프리카계 10대 소년 ‘나엘’이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으로 촉발된 10대들의 대규모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 확산되면서 2일까지 3000명 넘게 체포됐다.
1968년 프랑스 학생혁명 이후 최악의 사회혼란이던 2005년 폭동·시위를 떠올리게 된다. 그 당시에도 이슬람 문명과의 충돌설, 높은 청년실업률 등이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발화점은 경찰권 남용이었다. 파리 교외 방리유 지역에서 두 명의 아프리카계 청소년이 경찰의 추격 단속을 피하려다 감전사하고, 시위 진압경찰이 모스크에까지 최루탄을 쏘자 수십년 묵은 불만은 폭동으로 터졌다. 연구에 따르면 1977~2002년 경찰에 의해 죽은 청년은 175명으로 대부분 이민자 출신이지만, 단 한 명의 경찰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프리카계나 아랍계 남성이 경찰 불심검문을 5회 이상 받은 비율은 백인 남성의 9배라는 분석도 있다.
공권력의 이런 태도에는 프랑스의 ‘공화주의 통합 모델’이 깔려 있다. 영미권의 ‘다문화주의 모델’과 달리 프랑스는 이민자에게 인종·문화·종교 정체성을 포기하고 완전히 동화될 것을 요구한다. 사회통합이 실패한다면 이민자들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는 논리다. 이민자 차별을 인정하지 않으니 개선되지도 않고, 또 다른 소요사태가 벌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처럼 배제적인 공화주의는 2000년대 이후 프랑스 정치권에서 정략으로 이용하면서 더 심해졌다. 특히 우파 성향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체포율 높은 경찰에 성과급을 지급하고 이민자에 대한 사회보장을 축소해 빈곤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저출생·고령화에 빠진 한국은 향후 이주민을 더 늘려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다문화 포용보다 단일한 ‘한민족’ 문화에 동화되길 요구하고, 인종·문화 차별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면 한국도 프랑스와 다르지 않은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오늘의 프랑스 사태는 우리의 미래에 보내는 경고장이다. 사회통합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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