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 삼키는 자 '우로보로스' 강렬한 농묵 대비 '운무'
개관 25주년을 앞두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DMA, Daejeon Museum of Art)은 과학과 미술의 실험적 담론을 통해 대전미술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보려면 프랑스 루브르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기 위해선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을 찾아가야 하듯 미술관의 대표 작품은 그 미술관의 성격을 보여줌과 동시에 도시 브랜드를 확립하는 역할을 겸한다.
이에 대전일보는 대전시립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의미에서 특별기획 'DMA 콜렉션'을 마련했다. 'DMA 콜렉션'에선 대전시립미술관 지하 1층 수장고 내 1357개 소장품 중 대전시립미술관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한다. 특히 대전시립미술관은 공립미술관 최초 개방형 수장고를 연중 개방하고 있어, 이번 특별기획에 소개되는 대표 소장품들은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에서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 <편집자 주>
최우람(1970-)은 기계 공학에 기반하여 정교하게 움직이는 기계 생명체(anima-machine)를 만드는 설치작가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예술과 과학의 교차 지점을 탐구한다. 중앙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어렸을 적 만화로부터 접한 기계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켜 기묘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기계생명체'를 제작해왔다. 특이한 형태의 기계 생명체를 만들어오던 최우람 작가는 2010년을 기점으로 신화적 상징과 사회적 함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생물의 진화 과정에 고고학적 상상력을 더한 가상의 이야기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작품의 제목인 '우로보로스'는 그리스어로 '꼬리를 삼키는 자(Ouroboros)'를 뜻하며, 커다란 뱀이 자기 꼬리를 삼키며 끝없이 돌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설치작업이다. 수세기에 걸쳐 동서양의 여러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이 상징은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어 인간 역사의 순환이나 윤회의 뜻을 지니고 있다. 각종 금속 재료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듯한 동세와 생명력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기계공학의 높은 완성도를 선보임과 동시에 역사의 순환, 윤회, 생산과 파괴, 삶과 죽음 등의 철학적 사유를 내포하고 있어 최우람 작가 특유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최우람은 2012년 한국인 최초로 일본 모리 미술관에서 개인전 '도시에너지, MAM 프로젝트'(모리미술관, 일본)를 개최했으며, 이밖에도 2017년 개인전 'Choe U-Ram 스틸라이프'(국립대만미술관, 대만), 2022년 '작은 방주'(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등에서 새로운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온 한국의 대표작가 중 한 명이다. 대전비엔날레 2018 '바이오'(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18년 동아시아 현대미술전 '보태니카'(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20년 'HYNDAI×ELEKTRA-메타모포시스'(현대 모터스튜디오), 2021년 '이상한 행성'(삼성미술관 리움) 등의 주요 단체전과 비엔날레에 참여해 왔다. 2006년 제1회 포스코 스틸 아트 어워드 대상(포스코 청암 재단) 수상, 2009년 두산갤러리 뉴욕 레지던시 프로그램, 김세중 조각상 청년 조각 부문,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에 선정된 바 있다.
운산(雲山) 조평휘(1932-)는 황해도 연백군 연안읍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이후 남쪽으로 피난온 실향민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중등교원 양성소를 거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청전 이상범과 운보 김기창에게 전통 동양화를 배웠다. 1960년대에 시대 조류에 따라 추상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던 작가는 이후 1976년 목원대 교수가 되어 대전으로 거처를 옮긴 후 그의 작업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1970년대 전통 산수화로 회귀하여 이후 줄곧 산수화에 몰두해 1990년대에 이르러 장엄한 '운산산수'를 정립하였다. 한국 전통 산수화의 맥을 이어 산수화 분야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감당해낸 우리 화단의 큰 산과 같은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운무'(2002)는 그의 수묵산수화에 보이는 웅장한 스케일과 드라마틱한 특징이 반영된 이 작품은 암산 사이를 휘감아 도는 운무가 자연의 신비감과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험준한 산세를 장대한 스케일과 강렬한 농묵 대비를 통해 섬세한 필치로 그려진 이 작품은 운산의 수묵산수화로 대변되는 조형세계를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조평휘 작가는 1983년에는 충남한국화회 회장을, 1989년에는 대전 한국화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그 외에 대한민국 미술대전, 금강미술대전, 충청북도 미술대전, 충청남도 미술대전 등의 심사위원을 맡았으며, 2001년부터 05년까지 운보미술관 관장을 역임하였다. 1986년 '한국화 100년전'(호암갤러리), 2007년 '한국화 1953-2007전'(서울시립미술관), 2014년 '구름과 산-조평휘'(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1999년 국민훈장 동백장(교육부), 2001년 겸재미술상(갤러리가이드 제정)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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